가족 엽기범죄, 세상 험해졌는데… 형벌만 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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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7-11-0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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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새 116% 급증… 경제적 갈등·정신질환 등 처벌은 미온적

  • 가족간 쉬쉬·자녀 미래 걱정으로 사건 은폐도 문제

[아이클릭아트 제공 ]


#지난 10월 21일. 30대 남성이 자신의 일가족 3명을 모두 살해한 뒤 뉴질랜드로 달아났다. 피의자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자신의 친어머니 집에서 어머니와 이부동생 등을 연이어 살해했다. 이어 같은날 강원도 평창의 한 도로변 졸음쉼터에서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뒤 렌터카에 시신을 유기했다. 자신 역시 두 딸이 있는 아버지였다.

그는 범행을 저지른 이튿날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뉴질랜드로 도피하기 직전에는 자신이 살해한 어머니 계좌에서 8000만원을 인출했다. 현재 그와 그의 아내는 존속살해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수년간 이어진 경제적 갈등을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거나 폭행하는 존속 대상 범죄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일 행정안전부 및 경찰청에 따르면 부모 등 존속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2012년 1036건에서 지난해 2235건으로 115.73% 증가했다.

존속범죄 가운데 살해는 연간 50~60건 정도다. 국내 전체 살해사건 가운데 존속살해가 차지하는 비중은 5%인데 이는 미국(2%), 영국(1%) 등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존속범죄의 이유는 경제적 갈등이나 정신질환, 우발적인 분노 등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지난 3월에는 60대 아들이 ‘어머니가 자신의 말에 대답을 잘 하지 않는다’며 80대 노모를 때려 숨지게 했고, 40대 남매가 기초수급자인 아버지 소유의 18평 아파트를 차지하기 위해 끔찍한 짓을 했다. 경기도에서는 10대 남학생이 자신의 흡연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하겠다고 한 어머니를 칼로 찌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경기불황과 자녀세대의 정서적인 불안감, 높은 교육열 등 경제·사회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실제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논문에 따르면 존속범죄 피의자의 40% 이상은 우울증, 조현병 등의 정신불안증세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국 박사(서울지방경찰청 검사조사관)는 “평균연령 증가로 부모에 대한 자식의 양육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지면 부모 자식 세대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며 “자식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한국의 정서상 자식에게 기대감을 갖는 부모도 많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괴리가 생기면 갈등이 폭발한다”고 설명했다.

존속살해는 일반 살해죄보다 처벌이 무겁다. 형법 제250조는 1항의 ‘보통살인죄’ 외에 2항에서 별도로 ‘존속살해죄’를 규정하고 있다. 직계존속을 살해한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다.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일반 살인죄와 비교해 상당히 엄하다.

그러나 이같은 처벌을 실제로 받는 경우는 드물다. 가족 간의 문제로 쉬쉬하는 사회적 분위기상 공권력이 개입하기 어렵고 범죄 발생 후에도 부모들이 자녀의 미래를 걱정해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사건을 은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존속범죄는 갈수록 흉포화, 지능화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존속범죄의 경우 살해사건은 신고가 되지만 그외 폭력이나 상해는 가족들끼리 덮으면 알 수 없다"며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는 정확한 존속범죄에 대한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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