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연합, 도시바 메모리 인수 “SK하이닉스 10년간 의결권 지분 15% 제한”(종합)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 메모리가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으로의 매각이 최종 확정됐다.

투자자로 참여한 SK하이닉스는 향후 10년간 의결권 있는 지분률이 15%로 제한되며, 기밀정보 접근도 차장된다. 투자수익이 보장된 데다가 SK하이닉스 자체 기술력도 떨어지지 않는 만큼 큰 문제는 아니라는 반응이다.

28일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개최한 이사회에서 승인을 얻어 베인 캐피탈 주도로 만든 인수목적회사 ‘K.K. 판게아(Pangea)’와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미일 연합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베인캐피탈, 도시바, 호야, 애플, 킹스톤, 시게이트, 델 등 다수의 업체가 참여했다.

매각 금액은 약 2조엔(한화 약 20조3256억원)으로, 한미일 연합은 K.K. 판게아를 통해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한다. SK하이닉스와 베인 캐피탈이 참여한 컨소시엄과 도시바, 일본 광학기기 제조업체 호야 등 3사가 K.K 판게아의 보통주를 취득해 의결권을 행사한다. SK하이닉스는 3905억엔, 베인 케피탈은 2120억엔을 컨소시엄에 투자했다. 도시바는 3505억엔을 재투자하고 호야는 270억엔을 내놓는다. 의결권 지분율은 각각 각각 49.9%, 40.2%, 9.9%로, 일본측이 과반을 점한다. K.K 판게아는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 등 도시바의 주거래은행으로부터 약 6000억엔의 대출을 확보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전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3950억원대의 도시바 메모리 투자건을 의결했다. 총 투자액중 1290억엔(약 1조3000원)은 전환사채 형식으로 투자, 향후 적법할 절차를 거쳐 전환시 도시바 메모리에 대한 의결권 지분율을 15%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각국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 한 후 도시바가 합의하면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의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2660억엔(약 2조7000억원)을 베인캐피탈이 조성할 펀드에 LP(l펀드출자자) 형태로 투자해 도시바메모리 반도체의 상장시 자본 이득도 예상된다.

단, 도시바는 SK하이닉스의 경영권 행사를 제한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의결권을 15%로 묶고, 기밀정보 접근을 막는다.
도시바 메모리와 거래 관계가 있는 애플, 델, 시게이트 테크놀로지, 킹스톤 테크놀로지의 미국 정보기술(IT) 4개사는 4155억엔을 출자해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취득한다.

도시바의 반도체 합작 파트너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은 도시바 메모리 제3자 매각 금지를 요구하며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제기한 상태다. 일본 정부계 산업혁신기구(INCJ), 일본 정책투자은행(DBJ) 등은 WD과의 분쟁이 해결되는 데로 출자할 예정이다. 도시바는 출자 전에 두 기관에 의결권을 부여할 예정이다. 만약 SK하이닉스 등이 출자전환을 하지 않으면 일본측 의결권은 70% 이상으로 확대된다.

도시바는 다음달 24일에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매각에 대한 주주들의 승인을 얻을 예정이다. 이로써 원자력 발전 사업의 거액 손실로 흔들린 도시바는 경영 재건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도시바는 도시바 메모리 매각이 완료되면 7400억엔의 채무를 개선하는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주주자본의 경우 전기 말에 5000억엔 채무 초과였던 것을 이번 기말에는 자본잠식에서 벗어나 2000억엔 정도를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이러면, 상장폐지 대상이 되는 2분기 연속 자본잠식을 해소할 수 있다.

도시바는 2018년 3월말까지 도시바 메모리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 체결로 앞으로 도시바 메모리는 각국의 반독점 심사를 받게 된다. 반독점 심사에서는 도시바 메모리와 동업 관계인 SK하이닉스가 향후 의결권을 쥘 것인지에 대한 예상을 어떻게 하느냐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통상 6~9개월 소요되는 중국 당국의 심사가 장기화 할 가능성도 있다. 인수전에 참여했던 대만 홍하이그룹이 밀린데 따른 일종의 보복 조치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WD과의 갈등도 변수다. 중재법원이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 1년 이상 걸릴 것을 대비해 WD는 10월 중으로 도시바 메모리 매각 절차를 중단하라는 가처분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도시바측은 “주식양도 자체가 금지되지 않는 한 계약에 따라 양도를 수행할 것”이라며, 매각 절차는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단, 도시바와 WD가 화해에 이르지 못하고, 중재법원이 주식양도 금지 결론을 낸다면, 도시바는 손해배상금을 WD에 지불하는 등의 차선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의 심사 및 WD와의 분쟁으로 도시바 메모리 매각이 4월 이후로 늦춰질 경우, 도시바는 채무초과 해소를 위한 새로운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진두지휘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7일 이사회 직후 일본 현지로 날아가 현지에서 컨소시엄 관계자 및 일본 당국자들과 회동하고, 최종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 지분 투자를 통해 성장성이 큰 낸드플래시 분야의 사업 및 기술적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우위를 확보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