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패소] 1조 폭탄 떠안은 기아차 '망연자실'… 한국 車 생태계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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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구·윤정훈 기자
입력 2017-08-3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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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동차를 포함한 산업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원고 일부 승소)하며 국내 자동차를 비롯한 산업 전반에 위기 확산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기아차는 총 1조원 안팎의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되면서 10년 만에 적자기업으로 돌아서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다른 기업 노조들도 앞다퉈 소송에 나설 경우 기업이 부담할 추가 비용 규모는 최대 3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 침체, 사드 후폭풍 등으로 국내 산업 전반에 위기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번 패소 판결로 '자동차발 제2의 IMF(금융위기)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신의칙'에 대한 법원 판단기준 논란 확산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은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1조920억원 규모의 임금 청구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맞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재판부는 노조 측 청구금액 1조926억원 중 원금 3126억원과 지연이자 1097억원 등 총 4223억원만 인정했다.

판결 금액을 기아차 전체 인원으로 확대 적용시 2011년 1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3년분과 2014년 11월부터 2017년 현재까지 2년 10개월분 등 모두 5년 10개월분을 합산하고 여기에 집단소송 판단금액 4223억원을 더하면 기아차는 잠정적으로 1조원 안팎의 재정적 부담을 떠안는다.

또 재판부는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지만 일비는 제외했다. 재판부는 "일비는 영업활동 수행이라는 추가적 조건이 필요해 임금으로 고정성이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통상임금에 해당하려면 명절이나 연말처럼 매년 비슷한 시기에 지급되는 '정기성', 모든 직원에게 지급되는 '일률성', 업적·근무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지급되는 '고정성'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어긋난다'며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기아차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소송에서 기존 대법원의 판례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을 적용해 과거분 통상임금 소급 지급을 허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노조측)는 근로기준법으로 인정된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연장·야간·휴일 근로로 생산한 부분의 이득은 이미 피고(사측)가 누렸다"며 "원고의 청구가 정의와 형평 관념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의 경우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겪게 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기아차측은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고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신의칙 적용 여부에 따라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보니 일각에서는 통상임금 관련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대 38조원 고지서"··· 산업 경쟁력 위축 불가피

문제는 이번 판결로 인해 한국 자동차 산업에 위기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사안 자체가 기아차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계뿐만 아니라 부품 업계도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유사 소송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다른 기업 노조들도 앞다퉈 소송에 나설 경우 분쟁 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인건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통상임금 부담까지 더해져 경쟁력 약화도 걱정된다.

당장 대법원에 계류 중인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박유기 현대차 지부장은 "'2개월간 15일 미만 근무한 자에게 상여금 지급을 제외한다'는 문구 하나로 2심에서 졌다. 문구 하나에 수천억이 오갔다"며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기아차 노조가 회사와 협상을 할 텐데 당연히 현대차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산업 전체 경쟁력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013년 3월 내놓은 '통상임금 산정 범위 확대 시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기업이 부담할 추가 비용 규모는 최대 38조550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완성차·부품업계 전체 기준 2만3000개 이상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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