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구의 과학과 문화]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입력 : 2017-08-16 04:00

[사진=최연구 위원]


하나, 데카르트(TechArt) 마케팅. 모 가전회사는 김치냉장고나 드럼세탁기에 앙드레 김의 디자인을 넣은 제품을 선보였고, 또 다른 전자회사는 휴대전화에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씨가 디자인한 한글 문양으로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새겨 넣은 휴대전화를 출시했다.

이렇게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휴대폰 등 가전제품에 명화나 예술 디자인을 적용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신종 마케팅 트렌드를 ‘데카르트 마케팅’이라고 한다. 데카르트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와 예술(Art)을 합쳐 만든 신조어로, 원래는 '테카르트'지만 부드럽게 발음하기 위해 데카르트라 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던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를 연상시킨다. 국립국어원은 이 말을 우리말로 ‘예술감각상품’으로 순화해서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둘, 스팀(STEAM).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자 스팀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영어 이니셜 STEAM은 각각 과학(S), 기술(T), 공학(E), 예술(A), 수학(M)을 가리킨다. 우리말로는 융합인재교육이라고 하는데 2011년부터 초·중등교육정책으로 도입됐다.

그 원조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 1990년대부터 시작된 과학교육 트렌드인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여기에 예술(A)을 추가한 점이 돋보인다. STEM 교육이 과학·기술·공학·수학 등 각 분야를 잘 가르쳐 더 많은 우수학생을 유도하려는 교육정책이었다면, STEAM은 기존지식을 융합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융합적 사고력을 기른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셋, 사이아트(SciArt). 유럽에서는 과학자와 예술가가 협업해 창의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선도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을 사이아트라고 부른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의미한다. 완전히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는 과학과 예술이 소통과 교류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는 프로젝트다.

사진, 영화, 비디오, 컴퓨터 등 대중적 파급효과가 큰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미술이나 예술에 적용한 미디어아트나 비디오아트는 제법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 잡고 있는데, 사이아트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은 동료 예술가들이 텔레비전 등 기술매체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배척했던 것과 달리 직접 전자기술도 공부하고 기술자와 협력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새로운 예술을 선보였던 선구자다.

넷, 아티언스(Artience).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중심도시 대전에서는 대전문화재단 주관으로 대덕연구단지의 과학기술과 인프라를 예술작품 활동에 응응해 포럼, 공모전, 청소년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아티언스 페스티벌’을 운영하고 있다. 아티언스는 예술(Art)과 과학(Science)의 융합을 의미하는 합성어다. 유럽의 사이아트와 같은 맥락이다.

데카르트 마케팅, 스팀, 사이아트 그리고 아티언스 등 네 개의 신조어는 대중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새로운 변화의 트렌드다. 이들 신조어의 공통점은 모두 '아트'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기술마케팅, 과학교육, 과학기술이 예술과의 융합을 추구하는 다양한 시도들이다.

왜 예술인가? 예술은 인간적 감성과 창의성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미적인 작품을 형성시키는 인간의 창조적 활동을 가리킨다. 예술적 요소는 감성을 자극하고 가치를 높여주며 영감을 준다. 사전에서 예술을 찾아보면 ‘기예와 학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돼 있다. 그 어원은 라틴어 아르스(Ars)와 그리스어 테크네(techne)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둘 다 '기술'을 의미한다.

결국 예술은 기술에서 갈려 나온 것이다.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기술과 창의적인 작품을 만드는 예술은 궁극적으로 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늘날 과학기술과 예술은 별개 영역으로 분리돼 있고 서로 상반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사람들은 과학기술은 어렵고 딱딱한 것, 예술은 부드럽고 추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은 몰입과 집중이 필요하고, 예술은 이완과 여유가 필요한 영역이다. 과학은 객관적 법칙을 발견하면서 수렴하는 학문이고 예술은 다양성을 향해 발산하는 분야다. 또 과학기술은 합리성, 예술은 창의성을 추구하지만 사실 과학기술과 예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다. 현대예술은 무대장치, 전자음악, 영상기술, 디지털 등 첨단과학기술의 도움으로 예술적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현대과학기술은 예술적 창의성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는다.

비슷한 생각,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끼리끼리 만나봐야 새로운 것이 나오기 어렵다. 창의성은 서로 다른 영역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현되기 쉽고, 창의적인 생각은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과학기술과 예술이 만나고 융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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