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칼럼]당신의 첫 여행 두려워하지 말고 마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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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7-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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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이투어넷]

여행하는 청년이다, 함께 첫 여행을 떠나볼까요!?

"여러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유럽을 오가는 전세계 항공기 운항이 대부분 취소되었습니다. 어렵게 버스를 구했고, 힘들겠지만 버스로 국경을 넘어 프랑스로 이동하겠습니다. 다들 준비하세요."

우리를 이끌던 여행사 담당 직원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것이 최선이라는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이탈리아에서 비행기로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프랑스를 버스로 약 15시간에 걸쳐 도착했다.

2010년 4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를 관람하고, 프랑스 파리로 이동하는 일정 속에 시장조사라는 핑계로 다른 부서 사람들과 얼떨결에 섞여 떠난 필자의 첫 해외출장이자 첫 해외여행, 모든 준비는 회사에서 제공해주었기에 출국 전까지 캐리어에 옷가지와 화장품 따위를 챙기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쩜 그렇게 여행지에 대한 사전 공부도 없이 떠났었을까 싶다. 머릿속에 세계지도를 펼쳤을 때 그 도시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여권을 만들고 출입국 도장을 찍는다는 설렘만 있었던 거 같다. 인천공항에 들어가면서 한껏 들뜬 채, 비행기 탑승 전까지 수십 장의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볼로냐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박람회를 관람하고 다양한 국가의 바이어들과 호텔파티에 참석해 만찬을 즐겼다. 그리고 시간을 쪼개어 구시가의 중심인 마조레 광장 일대를 관광하기도 했다. 나는 가이드북 하나 없이 그저 능숙하게 리드를 하던 일행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다녔다.

그러던 중 접한 뉴스가 바로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소식이었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화산재로 인한 항공기 운항 금지로 결국 볼로냐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취소하고 하루 일찍 파리로 이동해야만 했다.

파리에 도착해서는 자유여행에 가까운 일정이 주어졌으나 언제 항공기 운항이 재개될지 몰라 비행기 예약을 위해 아침이면 샤를드골 공항에 들려 체크를 했다. 여전히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가 없음을 확인한 후 개선문으로 이동했다. 회사에서 보내준 출장이니, 마냥 놀기만 할 수는 없었다.

라파예트 백화점에 들려 매장들을 방문했다. 어느 정도 일을 본 후 한 친구가 말했다. 개인적으로 구경을 하겠다며 1시간 뒤 백화점 앞에서 만나자는 제안에 알겠다고 하고 우리는 각자 돌아다녔다. 그때의 난 스스로의 눈썰미를 너무 믿었었던 거 같다.

아무 생각 없이 걸었고, 만나야 할 시간이 가까워졌음에도 왔던 길을 찾지 못해 헤매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 볼 용기도 없었다. 지금은 여행지에서 구글맵으로 처음 가는 길도 단번에 찾는데 말이다. 결국 전화를 했고 내가 있는 쪽으로 일행들이 와서 다음 장소로 이동을 했다.

다음날 항공기 운행이 하나 둘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했고 아침 일찍 공항으로 이동했다. 여전히 발이 묶인 여행객들이 곳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는 첫 재개하는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 착륙하는 순간 여기저기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회사로 복귀해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던 대표님께 나는 "화산폭발 때문에 장시간 버스로 이동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누군가는 자연재해가 여행을 망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사히 귀국했고 흔치 않아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회상하고 있다.

사람들과 여행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지금까지 어느 나라들을 여행했나요?'이다. 그럴 때 필자는 이탈리아, 프랑스는 제외한 채 대답하곤 한다. 목적이 출장이기도 했지만 그 땐 여행자로서의 본격적인 준비와 태세가 부족했었음을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도 분명한 건 내게 낯선 세상과의 만남을 가르쳐 준 첫 번째 해외여행의 탐험이라는 것이다.

첫 해외여행 이후로 필자가 살고 있는 이 곳, 서울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은 달라졌고, 식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은 넓다'라는 말이 실감 나게 했다. 커다란 지구 속에, 대한민국의 서울이라는 도시에 필자는 작은 점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이렇게 변화없이 살다가는 보편적인 일상들로만 채우기엔 억울할 것만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기는 세계지도를 펼치고 주목해서 바라보며 다음 행선지를 찾아보는 습관을 만들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존재한다. 그리고 어느 시인의 말처럼 '처음'은 항상 죽는다. 사진으로나 만날 수 있고 기억으로만 어렴풋이 남는다. 하지만 '처음'은 분명 더 나은 다음을 만들어 준다.

당신의 첫 여행은 언제인가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면, 멋지고 아름다운 세상, 처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마주하시길 바랍니다. 결코 헛되지 않은 시작이 될 것입니다.

/글=서세라 작가 #버터플라이 #청년기자단 #김정인의청년들 #지켄트북스 #청년작가그룹 #지켄트 #세이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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