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두 개의 중국(The Two Chi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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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7-0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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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

[김상철 前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중국(Old China)과 전혀 다른 중국, 즉‘새로운 중국(New China)’!!! 그리고 ‘잃어버린 20년’의 세월을 인내하면서 중국의 후퇴를 손꼽아 기다려 온 또 하나의 중국, 즉 중국을 대신하려는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 이들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 두 개의 중국이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기존 주력시장과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시장에 대한 포트폴리오 전략이 미래의 포지션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New China'는 이미 커질대로 커진 중국, 한국을 우습게 보는 중국을 의미한다. 사드(Thaad) 배치로 촉발된 중국의 우리에 대한 잇따른 보복 조치는 이런 변화된 중국의 민낯을 경험하게 되는 적나라한 현실이다. 그들의 눈에 한국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듯하다. 과거의 중국 혹은 잣대로만 중국 시장을 넘보다가는 큰 코를 당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 거대시장을 어떻게 경영해 나갈 것인가? 당면하고 있는 무겁고도 어려운 과제이지만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중국의 빠른 변신에 모두가 당황한다. 넋을 놓고 있다간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중국의 의도를 읽고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 아직도 기회가 열려 있는 시장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은 중국 시장을 어떻게 경영해 나가야 할 지에 대한 좌표 설정을 두고 우왕좌왕한다. 떠날 수도 없고, 버틸려고 하니 미래가 불확실해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변화에 맞추어 우리도 변신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결국 패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흔히들 ‘한·중 경제협력 3.0’시대라고 한다. 지난 1.0 혹은 2.0 시대에는 제3국 시장을 겨냥한 임가공 생산기지로 그리고 중국 내수시장을 보고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과감하게 공장을 짓고, 현지화를 서둘렀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3.0 시대에는 더 이상 이러한 방법들이 잘 통하지 않는다. 중국 로컬 기업이 빠르게 부상하면서 우리의 기술과 부품·소재 제조 능력을 넘본다. 더 이상 과거의 전략과 전술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중국 시장은 우리로부터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국보다 우위에 있는 요소들을 정리하고 이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무턱대고 중국에 들어가 공장을 짓는 무모한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거대 시장을 두고 어떻게 사업화를 할 것인지에 골몰해야 한다. 긴 호홉을 가지고 보다 라이프 사이클이 긴 제품군의 핵심 중간재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한편으론 스타트업 등 벤처기업들이 좁은 국내시장에서 탈피해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걸도록 유도해야 한다. 막연하게 소비재 시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부품·소재, IT·바이오 등의 신기술 영역과 프랜차이즈 등 서비스 시장에 대한 전방위적 노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 이 두 개의 차이나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China+1’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또 하나의 중국, ASEAN(동남아 10개국)과 인도는 향후 세계경제의 성장센터로서, 중국을 잇는 ‘세계의 공장’으로 거침없이 발돋움하고 있다. 중국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 우리의 경제적 의존도를 완화시켜 줄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로 빠르게 부상한다. 다만 우리만 휘젓고 다닐 수 있는 시장이 아니고 이미 한·중·일 3국의 치열한 각축장이 될 것이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절체절명의 시점이 되고 있는 셈이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ASEAN 10과 인도 시장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1990년대 후반 중국이 급속도로 부상하기 전 한 때 이 시장은 우리의 최대 효자시장이었다. 중국에 지나치게 기울어지는 바람에 한동안 이 시장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이 우리의 현실적인 벽으로 대두되면서 이 시장이 갑자기 우리 눈에 크게 들어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략적으로 시장을 양분하여 진출 전략을 디테일하게 준비해야 한다. ‘세계의 공장’으로의 부상에 따른 역내에서의 서플라이 체인 구축과 산업화와 도시화로 생겨나고 있는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소비재 혹은 서비스 관련 볼륨 존 시장 진출이다.

기존 생산거점인 ASEAN 5(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새롭고 부상하고 있는 CLM(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그리고 비즈니스 허브인 싱가포르를 적절하게 연결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다른 각도에서 인도차이나 반도와 말레이 반도로 양분하여 생산기지 혹은 소비 거점을 확보하면서 전체 시장을 커버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야 한다. 인도의 경우 자체 시장은 물론이고 서남아, 중동·아프리카 등 인근 시장까지 시야에 두고 중장기 전략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ASEAN 10과 인도를 크게 3개 영역으로 구분하여 큰 벨트를 만들어가는 밑그림을 그려 나가야 한다.

이 지역 진출 선두주자인 일본, 화교상권 내지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으로 무섭게 치고 들어오고 있는 중국과 차별화되는 전술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결국은 거점 확보와 시장 선점 싸움이 될 것이다. 그야말로 한·중·일 3국 간의 치열한 각축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그랬듯이 선진국 시장을 잘 활용하여 산업화에 성공하고, 후발개발도상국 시장을 전략적으로 이용하여 신진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전형적 수순이다. 대한민국호(號)가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길은 이 두 개의 차이나를 어떻게 경영하고 우리의 페이스대로 끌고 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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