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쉬즈위안 "中70년대 한국과 비슷… 중국식 민주화 찾아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6-29 17:5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중국의 비판적 신(新)지식인 작가 쉬즈위안(許知遠)[사진=이봄에 동선동]


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중국인들은 어떻게 현대적 시민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기본적인 훈련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라는 무대에서 중국은 여전히 미성숙한 대국이고 지도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중국 지식인'이라는 평을 받는 비판적 신(新)지식인 작가 쉬즈위안(許知遠)은 아주차이나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저명한 사회비평가이자 작가인 그는 베이징(北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문책방 ‘단샹제(單向街)’를 운영하고 있는 독특한 젊은 지식인이다. 쉬즈위안은 역사적 성찰, 정치 비판, 저널적 시각을 결합해 자신이 속한 사회와 국가에 대한 비판과 반성적 논조의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한국에는 그의 저서 '미성숙한 국가'(이봄에 동선동)가 번역 출판됐다. 

그는 현재의 중국 정치상황을 '폭압적인 독재정권이 펼쳐졌던 1970년대의 한국'에 비유했다. 인터넷안전법 등 심해지고 있는 중국의 언론 통제에 대해 지금 중국의 수많은 지식인들이 느끼는 생각은 폭압 시대의 한국 지식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보면 현재 중국의 정치상황은 별로 변하지 않을 것일까. 

10여년 전과 비교해 현재의 중국 정치에서 가장 변한 부분은 낙관적이던 지식인 층의 태도변화다. 당시 중국의 엘리트들은 보편적으로 중국이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주적 체제로 정치의 전환을 할 것이라는 낙관적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 가운데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전환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중국은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여전히 경제적으로 번영하는 권위주의 체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사회의 가장 '미성숙'한 부분으로는 정치체제·정치문화를 꼽았다. 중국인들을 현대적 시민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기본 교육이 미비하고, 대국으로서 국제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성숙한 국가'가 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까. 그가 책에서 인용한 "홍콩과 싱가포르의 법치모델이 중국인 문화에 가장 적합하다"는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판웨이(潘維) 교수의 문구를 통해 그가 생각하는 중국에 가장 적합한 민주주의 형태를 물어봤다.

이에 쉬즈위안은 "개인적으로 법치모델을 수립하는 것이 원가가 가장 적은 전환모델이라고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갑작스런 민주화는 거대한 혼란을 동반하게 되고, 민주의 전통이 부족한 국가에는 지나치게 높은 대가를 요구하게 된다"면서도 "역사가 증명했듯이 이는 개인적인 소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나 홍콩의 법치 전통은 전부 영국의 신민 경험과 관련이 있다는 특수성을 띄고 있다. 때문에 중국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민주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그는 한국의 민주화에 대해서는 1980년대 민주화 열기로 사회 전체가 각성시기를 맞은 데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의 민주화 정신은 상당한 인성(韧性)을 지니고 있으며 전통으로 이어져 박근혜 정권에 대해 저항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그 힘을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의 민주화는 중국의 거대한 전통시스템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성숙한 국가'가 되기 위해 중국은 '성숙한 정치제도'가 필요하다고 쉬즈위안은 주장한다. 정치제도에는 언론의 자유와 법치, 직접보통선거, 인권 등 현대정치의 기본적인 요구가 포함된다. 그는 "이는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한 거대한 도전이며, 사상과 문화의 계몽도 중국사회의 전환을 위해 실행 가능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중국은 경제 분야에 있어서 언제나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중국 경제가 오는 2034년께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중국 경제전문가들이 최근 예측한 것도 마찬가지다. 사회비평가인 동시에 중국어판 '파이낸셜타임스'에서 글을 쓰고 있는 경제평론가인 그 역시 단순히 경제 분야만 생각한다면 중국은 여전히 낙관적이라고 전망했다.

방대한 내수시장과 물질에 대한 중국인들의 열정, 그리고 기술혁신과 글로벌화 등이 모두 중국 경제성장을 유지시켜주는 장기적인 에너지이기 때문에, 중국은 경제성장에 있어서 아직도 거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재산권의 불분명, 지나치게 비대한 정부, 교육의 실패 등이 발전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면 알수록 이해하기 쉽지 않은 중국에 대해 그는 중국을 "무지하고 정부에 쉽게 조종당하는 군중 집단과 폐쇄적이고 오만하며 아무런 원칙도 없는 정권으로 양립된 사회"로 정의 내렸다. 

또 "중국이 아주 먼 미래에도 이성적이고 관용적인 현대국가로 발전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이웃나라인 한국은 이렇게 거칠고 제멋대로인 강권(强勸)과 공존하는 법을 일찍부터 배워둬야 할지도 모른다"면서 한국에 경고하기도 했다.

책에서 쉬즈위안은 한·중 갈등의 핵으로 떠오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예로 들며 중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짚어냈다. 그는 "중국 사람들은 사드가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을 뜻한다'는 편협한 정보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북한의 핵무기 실험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과 감정을 이해하려는 생각은 없다"면서 시위대를 조종하는 건 여전히 냉전 속에 머물러 있는 '중국 정부'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체제 비판적인 그의 글 때문에 그는 중국 당국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미성숙한 국가'는 2009년 중국에서 다른 제목으로 출간됐지만 출판 금지당해 한참 뒤 대만에서 다시 출간된 비운의 책이다. 이 제재는 중국에 대한 그의 비판적 논조 때문이라는 추측이 있다.

책을 낼 때마다 중국 사회 안팎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그는 현재 사상가 량치차오(梁啟超)의 전기를 쓰고 있다. 쉬즈위안은 20세기 초 동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가 가운데 중 하나인 그의 이야기를 빌려 근대 중국과 일본, 한국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고 싶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