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기술을 담고 사람을 품은 정보문화의 달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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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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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 정보문화포럼 의장(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이건 정보문화포럼 의장 서울시립대 교수 

1988년 정보문화의 달이 제정된 이후 30년, 한 세대가 지났다. 늦은 산업화 대신에 선택한 정보화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에 따라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시대를 거쳐 스마트시대를 지나고 있다.

'삐삐'로 불리던 휴대용 무선호출기에 들어온 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공중전화 박스에 길게 늘어선 386세대는 이제 하루에 6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Z세대(95년 이후 출생한 디지털네이티브)의 부모가 되었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스마트폰 보급률(85%)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다.

2017년, 우리는 대한민국이 세계 선진국들과 정보 기술을 경쟁하고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세계와 연결되는 일이 당연한 시대에 살고 있다. ICT대한민국의 30년은 곧 그 안에서 부딪치고 깨지고 도전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치열했던 일상이 모인 세월이기도 하다.

1982년 5월 15일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 연결에 성공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다. 그 중심에는 36세의 나이에 보장된 미래를 뒤로하고 한국행을 택한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박사가 있었다. 내가 실패하면 대한민국이 실패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는 그의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10여년 후, 그의 제자이기도 했던 또 다른 청년은 인터넷의 대중화를 이끈다. 1994년 국내 첫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업체 (주)아이네트를 설립한 허진호 대표는 지금까지 인터넷의 대부로 불린다.

대중화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또 있다. “~ 일주일만 하면 ~만큼 한다”라는 유행어를 전국에 히트시켰던 방송인 전유성이다. 인터넷 사용 매뉴얼을 담은 도서는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의 위치를 차지하며 편리하지만 어려웠던 웹 세상의 문턱을 낮췄다.

인터넷이 점차 대중화되자 관련 산업 또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995년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소리의 조화(다음,多音)를 꿈꾸었던 전산학도는 인터넷 회사를 설립하고 무료 웹 메일을 제공하며 일상 속 인터넷세상을 주도했다. 그리고 1999년 국내파 출신 한 벤처기업 설립자는 사용자들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지식 교류 서비스를 제공하며 포털사이트 1위에 등극한다.

발전한 기술은 사람을 또 다른 생산자로도 재탄생 시켰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故백남준은 위성아트‘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선보이며 기술을 그 자체로 예술로 승화시켰으며, 사이버 가수 아담은 이제는 조금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린 웹 세상의 추억이다. 무너져가던 만화 산업은 웹툰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재탄생되어 만화가와 그들의 독자의 일상을 완전히 바꾸었다.

이 뿐이 아니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Vank,1999~)’는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알리는 활동을 현재까지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오늘날 각종 정치 사회적 활동은 온라인 기반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난 30년 동안 만들어낸 대한민국 정보화의 풍경은 이제 우리의 당연한 생활이다. 그리고 이제 모두를 바꾸어놓은 이 대단한 기술은 일상을 돕는 데에서 넘어서 인간을 닮아가려고 하고 있다.

작가보다 소설을 더 잘 쓰는 인공지능, 어떤 장인보다도 더 정교한 3D프린터, 웬만한 가정주부보다 더 세심한 IOT는 ICT 주무부처 미래부의 핵심 아젠다가 되고 있다. 지난 30년이 그랬던 것처럼 변화하는 세상은 이 시대의 우리들에 의해 사람을 향해 성장할 것이다.

우리 정보문화의 역사는 앞서 언급한 대로 30돌을 맞이한다. 이를 기념하여 치러지는 제30회 정보문화의 달의 주제 ‘지능정보사회! 기술을 담고 사람을 품다’는 그동안 지나온 대한민국 성장의 기록을 돌아볼 때 더욱 의미심장하다.

앞으로 인류의 동반자가 될 인공지능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급격하게 변화될 일과 노동의 의미,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기술의 발전에 대해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해결해야할 고민과 과제들이 산적하다.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ICT를 이끌어왔던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마도 후대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질 우리 정보화의 역사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30돌을 맞이하는 정보문화의 달에 다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사람’으로서 우리의 역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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