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KBS·MBC 수장교체 두고 내홍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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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1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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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 2014년 4월 21일, 30일. 세월호 참사 직후인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을 하지 말아달라"면서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는 요청을 한다. 결과적으로 이날 KBS 뉴스9에서는 해경이 해군의 잠수 작업을 통제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내용은 방송되지 않았다.

# 2014년 4월 서울 종로의 한 식당.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은 김재철 전 MBC 사장의 변호사였던 정재욱 MBC 법무실장 등 MBC 관계자들과 보수매체의 편집국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백 본부장은 "최승호PD와 박성제 기자는 증거 없이 해고시켰다"고 말했다.  


국민의 방송이라고 불리는 공영방송의 현 주소다. KBS와 MBC 등 공영방송 내부에서 특정이념과 정파의 입장만을 대변한 경영진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구성원들의 인적청산 요구가 날로 거세지는 모양새다.

14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고대영 KBS 사장과 이인호 KBS 이사장, 김장겸 MBC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거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방송사 노조와 구성원들은 언론 자유와 공정한 공영방송을 부르짖으며 이들에 대한 퇴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대영 사장은 지난 2015년 KBS 사장 공모에서 김성우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인호 이사장에게 전화로 '사장 검토'를 요청한 의혹을 받는 '낙하산 인사'다. 김장겸 MBC 사장은 보도본부장으로 있던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을 축소 보도하며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을 2%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역시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간 '정부-방통위-공영방송 이사회-방송사 사장'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지배구조의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를 비롯해 KBS·MBC 등 공영방송의 이사진 선임 및 추천 의결 권한을 가지고 있다. 방송사 이사진의 여야 추천인사 비율은 KBS가 7대4, MBC 방문진은 6대3으로 여당이 장악하는 구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박근혜 정부의 방통위 3기만 놓고 봐도 KBS·MBC 이사진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정권에 편향된 코드 인사로 '청와대 리모컨'이라는 불명예가 따라붙었다.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은 '백종문 녹취록'을 비롯해 '이정현 녹취록'이 불거졌을 때 조사권한을 핑계로 슬그머니 발을 뺐으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와 관련해서도 어떠한 태도도 취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에 지난해 야당을 중심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진을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6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하도록 했으며 이사회 재적의 과반 찬성이던 사장 선임 통과기준도 3분의2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문가들도 방통위를 폐지하고 '미디어위원회(가칭)'를 신설해 각 부처의 방송·미디어 부서를 통합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심영섭 한국외대 강사는 "방통위와 방심위가 조직적으로 이원화됐지만, 업무의 이원화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미디어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는 이견 조율의 효율성을 위해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나 총리 직속 자문기구 등으로 출범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고삼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이 퇴임한 지 5일만인 14일 문재인 대통령 지명으로 방통위 상임위원에 재선임되면서 향후 방송개혁 관련 정책 마련 및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고 상임위원은 방송통신 분야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로, 지난 3년 임기 동안 '공영방송의 역할 재정립'을 끊임없이 강조해 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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