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약 ‘신흥국’-바이오 ‘선진국’…수출 차별화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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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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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미국·유럽 바이오시장에 집중

  • 대웅·일동·보령 등 제약업계, 잠재력 큰 동남아·중동 등 주목

[사진=각 사 제공]

아주경제 조현미·이정수 기자 = 해외 시장 진출로 글로벌 산업으로의 성장을 꾀하고 있는 제약과 바이오 업계 간에 행보가 기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수십년간 헬스케어산업 부흥을 이끌어 온 제약사들이 동남아·중남미 등 ‘신흥’(파머징)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과 달리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로 급성장한 바이오업체들의 시선은 미국·유럽 등 ‘전통’ 선진국을 향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제조업체 셀트리온은 지난달 영국에서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를 출시했다. 트룩시마는 혈액암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바이오의약품 ‘맙테라’의 바이오시밀러다. 이미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트룩시마를 통해 항암제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12월부터 램시마를 판매해 올해 1분기에 192억원 수익을 거두는 등 유럽과 미국 시장점유율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업체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자가면역질환약 ‘베네팔리’(국내 제품명 브렌시스)와 ‘플릭사비’(국내 제품명 렌플렉시스), 당뇨병약 ‘루수두나’(개발명 SB9) 등 유럽 시장에만 바이오시밀러 3개를 진입시켰다. 이어 지난달 22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렌플렉시스 시판허가를 승인받으며 시장 진입을 예고했다.

이에 반해 제약사들은 신흥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중국, 동남아뿐만 아니라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시장들은 현재 시장규모가 비교적 작지만 높은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어 추후 수출 성과 확대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녹십자는 수년간 중남미 시장을 공략해 성공적인 수출행보를 보여주고 있고, 대웅·보령·일동·서울제약 등 동남아와 중동, 중남미 시장 문을 두드리는 제약사들의 행렬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자체 개발 신약과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자체 기술이 반영된 건강기능식품 제품들로 현지 의약품과의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며 시장 점유율과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이처럼 제약업계와 바이오업체들의 해외 시장 진출에 차이가 나는 것은 선진국과 신흥제약 시장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화학 성분으로 만든 합성의약품은 전통적인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반면 단백질 등의 살아있는 유기물을 원료로 만든 바이오의약품은 최근 주목받는 치료제다.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국의 의약품 시장은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국제 제약부문 조사기관인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전 세계 제약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06년 14%에서 2020년에는 27%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2000년 초반만 해도 세계 매출 10대 의약품은 모두 합성의약품이었지만, 2014년엔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과 '엔브렐', 표적항암제 '허셉틴', 당뇨약 '란투스' 등 7개 제품이 바이오의약품이었다. 선진 제약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의 선호도가 높은 데 따른 변화다.

특히 세계 최대 바이오약 시장인 미국의 정책 변화는 우리 기업에 호재로 꼽힌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약값 인하를 주요 정책으로 삼고 있다. 이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에 비해 가격이 낮은 바이오시밀러를 주로 개발하는 업체에 큰 기회다.

대형 바이오업체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등이 앞다퉈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반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파머징 시장은 여전히 합성의약품 위주로 성장 중이다. 퀸타일즈IMS연구소 자료를 보면 2011년 이후 의약품 사용량 증가는 매년 7%씩 성장한 파머징 시장이 주도했다. 특히 중국은 지난 5년간 연평균 17%의 신장률을 보였다.

이들 국가는 정부의 의약품 구매 비중이 높아 합성의약품 중에서도 제네릭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제약 시장인 브라질의 경우 전 국민에게 무료로 의약품을 공급하는 국민건강보험제도(SUS)를 시행 중이다. 동아에스티의 성장호르몬 '그로트로핀'은 지난해 브라질을 중심으로 357억원어치가 수출됐다.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등 10개국으로 이뤄진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도 마찬가지다. 그 중에서도 2억5000만명의 인구를 둔 인도네시아는 제약 시장이 매년 10%씩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나서 복제약 사용을 권고하고, 국민건강보험을 적용받는 병원·약국은 복제약을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 전 국민 가입을 목표로 2014년 국민건강보험을 도입했다.

이를 기회삼아 종근당은 2015년 인도네시아 제약사 오토(OTTO)와 손잡고 수도 자카르타에 합작법인 'CKD-오토'를 설립했다. 대웅제약도 2005년 자카르타에 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2012년 현지 첫 바이오의약품 공장 '대웅인피온'도 세웠다.

자체 개발 신약도 신흥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는 무기다. 보령제약은 자체 개발한 고혈압약 '카나브'를 들고 동남아와 중남미, 중동 등 신흥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2014년 9월 멕시코에 이어 브라질·에콰도르·콜롬비아·과테말라 등 중남미 10개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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