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칼럼]미중정상회담과 트럼프의 새판짜기는 우리에겐 기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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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1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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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화통신]



향후 5년의 글로벌 국제정치의 큰 방향을 설정할 트럼프와 시진핑의 미중 정상회담이 공동성명이나 공동 기자회견도 없이 싱겁게 끝났다. 첫 대면으로 두 정상간에 우정을 쌓는 ‘계기’로 삼고, 새로운 출발의 접점을 찾는 ‘시도’라는 점으로만 이해하기에도 회담결과는 많이 부족하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는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을까? 어떤 의미로 읽어야 할까?

◆미중 정상회담 의의와 중국의 희망: 공존과 협력

중국은 이번 시진핑과 트럼프의 정상회담이 미래 5년간의 중미 관계 청사진을 설계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상호 이해를 기초로 양호한 양국관계의 수립을 통해 중미관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상호 존중과 공존공영을 기초로 상호 전략적 오판을 예방하려고 노력한 것이 이번 양국 정상회담의 요점이라고 평가했다.

회담 시작 이전부터 시작된 트럼프의 강공 모드에 이어, 안방으로 불러들인 트럼프가 회담중에 전격 시행한 시리아 공습으로 중국은 회담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이번 회담전부터 이전의 정상회담과는 달리 중국이 가장 껄끄러워 하는 ‘북핵문제’가 핵심중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전격적으로 진행된 시리아 공습에 이어, 이를 태연하게 설명하는 트럼프에 대해 중국은 외교 예절이나 의전을 운운할 겨를조차 없었을 것이다. 전격적이라지만 다분히 의도된 바도 있는 이번 시리아 공습과 북핵문제는 회담 내내 중국에게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중국이 할 수 있는 반응은 원칙론으로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고, 시간을 벌어야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공존’과 ‘협력’을 주장하는 것이 중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유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주장하고 싶었던 ‘신흥대국관계’는 준비된 메모 그 상태로 꺼내지도 못하지 않았을까?

얻은 것이 없다는 트럼프의 투덜거림도, 공동성명이나 공동 기자회견도 가질 수 없었던 것은 이번 회담의 필연적인 결과였다. 이번 첫 대면에서 중국은 ‘공존’과 ‘협력’의 원칙론으로 기회를 엿보다가 다음을 기약하는 것으로 최선의 방어를 한 셈이다. 미중 협력을 위한 ▲외교안보대화 ▲전면적인 경제대화 ▲법집행 & 인터넷안보대화 ▲사회 & 인문대화라는 4가지 대화 기제와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100일 계획’이 유일한 이번 회담의 결과물이지만, 핫 이슈를 사이에 둔 양국간의 ‘간보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인 셈이다.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원론적인 인식에 해답이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중의 하나라는 점에 중국도 동의했다. 그러나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기본적인 원칙론은 변화가 없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은 다음의 원칙을 지루하게 반복한다. 첫째, 한반도의 평화와 주민의 안전보장 전제하에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 둘째, 반드시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셋째, (이러한 전제하에)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 노선에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와 미북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쌍궤병진(双轨并进)’과 ‘북한의 핵 동결과 한미 군사연습의 중단’이라는 ‘쌍중단(双暂停)’이 의심할 바 없이 가장 확실한 해결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또한 중국의 ‘이상적’인 원칙론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중국 학자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발견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은 단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 했을 뿐이다. 최근 중국의 북핵문제에 대한 원론적인 기본 인식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필자는 중국의 이러한 원론적인 인식에 변화의 조짐이 있다는 생각이다.

첫째, 북한을 적대국으로 설정한 미국의 정책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미국이 설사 북한을 적대국으로 설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거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중국 학자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 목표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중국의 확실한 인식이 되었다. 이제 북한의 핵보유에 대한 중국의 인식을 물을 차례이다.

둘째,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미국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반드시 안보리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하나인 중국과의 협의는 물론 중국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이다. 중국과의 협상과 동의를 강조하는 것은 ‘빅딜’에 대한 암시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셋째, 대북제재의 목표가 북한 정권의 교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즉 지정학적 측면에서 북한이 가진 중국의 전략적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대가 특히 강조하는 점에 답이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느끼는 전략적 가치를 등가교환 할 수 있다면 북한 정권의 교체에 중국은 동의할까?

첫번째와 관련, “북한의 핵보유를 중국이 정말 용인할 수 없을까”에 대한 필자의 의문은 진행형이다. “북한의 핵보유가 중국의 국익에 유익하다면, 한미일에 대해서 더 많은 카드로 활용된다면, 중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

중국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면, 이 질문의 가치는 충분히 이해될 것이다. 또한, 질문의 방향을 뒤집으면 중국을 움직일 수 있다. 북한의 핵보유가 중국의 국익에 치명적인 결과가 된다면 중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트럼프는 이미 이 계산이 끝난 것이 아닐까? 시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의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받지는 않았을지 궁금하다.

◆트럼프의 남지나해 ‘강경균형’ 정책에 대한 중국의 반응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남지나해 문제’ 역시 중요한 쟁점의 하나였다. 중국은 1947년에 선포한 ‘구단선(九段线)’을 근거로 남지나해는 중국의 내해(内海)라고 주장한다. 남지나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중국과 동남아시아 관련 국가간에는 2002년 11월 4일 체결된 ‘남지나해 각국 행위 선언(南海各方行为宣言, Declaration on the Conduct of Parties in the South China Sea)’을 통해 해상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중이라는 것이다.

중국과 관련국들은 남지나해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과 일부 동맹국들이 오히려 긴장국면을 조성하고 있다고 중국은 항변한다. 남지나해 문제에 대해 오바마는 일본과 호주 및 인도등과 협력하여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 离岸制衡)’ 전략으로 중국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항해자유원칙’을 내세워 일본과 함께 중국에 해상 무력시위를 펼쳤다는 것이다. 중국은 특히 일본이 이를 기회로 자국의 우세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이용하여 남지나해에서의 정치와 군사안보의 역할 확대를 추구하려 한다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는 오바마의 간접적인 개입정책에서 탈피하여 더욱 강경하고 직접적인 개입정책인 강경균형 전략을 선택했다고 중국은 판단한다. 긴장할 수 밖에 없었을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입장을 설명함과 동시에 양국이 남지나해 문제에 있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앞에서 언급했던 ‘공존’과 ‘협력’으로 방어적일 수 밖에 없었을 중국의 입장은 동남아 관련 국가의 입장과 묘하게 오버랩(overlap) 된다. 남지나해의 근본적인 문제는 사실 일방적으로 ‘구단선(九段线)’을 설정하고 이를 근거로 중국의 내해(内海)라고 주장하는 중국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국제적인 판단이다. 국제법정인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16년 7월 12일(현지시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판결에서 중국이 선포한 ‘구단선’이 법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남지나해 문제는 향후에도 계속해서 중국과 남중국해 관련국, 그리고 미국과 지속적인 갈등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중간의 여러가지 갈등 요소중에서 가장 복잡한 문제이자, 미중간의 직접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은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필자 :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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