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잃은 금융권 성과연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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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1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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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금융개혁의 핵심 과제였던 성과연봉제 도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대화 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정책이 결국 노사간 갈등만 야기한 셈이다.

초기부터 반발에 부딪혔던 성과연봉제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도입 이유에 대한 순수성과 명분이 사라진 상태다. 여기에 야권 유력 대권주자들까지 반대 의사를 내비쳐 시행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주요은행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데 이어 국책은행, 특수은행, 지방은행 등도 모두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채 표류 중인 상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성과연봉제에 대한 필요성을 어느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성과에 근거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합의돼 있지만 이에 대한 노사 합의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의결만으로 결정한 것이 문제로 작용했다.

실제로 인건비 비중이 큰 은행들은 자체적으로도 성과연봉제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과 함께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은행들은 "아직 성과연봉제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일 뿐 추진하는 내용들이 가시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때문에 정권교체와 함께 현 시스템의 성과연봉제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률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 의사를 밝혔고,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금융노조와 함께 성과연봉제 즉각 폐기 협약식을 열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과연봉제 저지법을 발의했다.

현 정부와의 갈등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성과연봉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당국은 기존 정책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9일 "올해 성과연봉제가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탄핵 직후 소집된 간부회의에서 "금융개혁 등 이미 수립한 업무계획을 차질없이 신속히 수행할 방침"이라며 탄핵과 무관하게 성과연봉제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가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성과주의 문화 정착의 필요성은 업계가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제대로 된 노사간 합의가 없는 데다가 객관적으로 성과를 측정할 지표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측과 직원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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