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365] 담뱃갑 '경고그림' 또 무용지물 정책 되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2-13 08:5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담배)케이스에 넣으면 되지 뭐." 흡연자인 동료 기자에게 흡연 경고그림이 들어간 담배의 겉면이 무섭지 않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지난해 12월 23일 국내 담배에 흡연 경고그림을 부착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담뱃갑의 앞·뒷면 상단에는 30% 이상 크기의 흡연 경고그림과 경고문구가 들어갔다. 

경고그림은 모두 10종이다. 흡연이 일으키는 질환인 폐암·후두암·구강암·심장질환·뇌졸중 관련 사진과 간접흡연·조기사망·피부노화·임산부 흡연·성기능장애 관련 그림으로 구성됐다. 특히 질환 사진은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흡연이 일으키는 병의 실상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같은 흡연 경고그림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비가격 금연정책 중 핵심 정책이다. 같은 제도를 시행 중인 다른 나라의 흡연율 감소 효과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이 제도를 시행 중인 국가는 2001년 첫 도입국인 캐나다와 유럽연합(EU) 28개 국가 등 101개국에 이른다.

이 가운데 캐나다와 호주 등 주요 18개국의 흡연율은 제도 도입 전보다 평균 4.2%포인트 감소했다. 브라질은 경고그림 도입 전인 2000년 35.4%에 달했던 15세 이상 흡연율이 도입(2002) 이후인 2008년에는 14.8%포인트나 떨어졌다. 또 캐나다는 7.8%포인트, 벨기에 6.4%포인트, 노르웨이는 6%포인트의 흡연율 감소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효과가 미미하다. 오히려 경고그림을 가릴 수 있는 담배 케이스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서 지난해 12월말 기준 담배 케이스 판매율은 전년 동기보다 452%나 뛰었다. 흡연 경고그림 시행 전인 11월과 비교해도 168% 늘었다. 11번가에서도 같은 기간 담배 케이스 매출이 전월 동기보다 34% 증가했다. 소셜커머스도 재미를 보고 있다. 위메프에서 작년 12월 말부터 올 1월 사이 담배 케이스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0% 급증했다.

여기에 발맞춰 담배 케이스 업체들은 휴대폰 케이스처럼 감각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재질도 가죽·직물·플라스틱·알루미늄 등으로 다양해졌다. 2000원대 저렴한 제품도 있어, 부담없이 살 수 있게 했다.

이 때문에 앞서 단행한 담뱃값 인상과 마찬가지로 '무용지물' 정책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담배가격을 평균 2000원 올렸던 2015년 초반만 하더라도 담배 판매가 크게 줄어 보건당국은 반색했다. 하지만 판매량은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2016년 담배 반출량은 37억5000갑으로 전년의 31억7000갑보다 18.3% 증가했다. 2014년의 45억2000만갑에는 못 미치지만 회복세는 뚜렷하다.

시장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4년 853억개비였던 담배 판매량은 2015년 667억개비로 뚝 떨어졌지만, 지난해엔 다시 반등해 전년보다 9.3% 증가한 729억개비로 집계됐다. 담뱃값 인상 정책이 1년짜리 '반짝 효과'로 그친 것이다.

이는 담배 수입액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의 품목별 수입액 통계를 보면 지난해 담배(담배·담배제품) 수입액은 4억1020만 달러(약 4700억원)로, 1996년 4억2401만 달러(4900억원) 이후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수입 담배 대부분은 면세점용이다. 편의점 등에서 팔리는 외국 상표 담배의 90% 이상은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져 유통된다. 결국 담배 수입액이 증가한 이유는 값이 싼 면세담배 소비 증가와 관련이 있다. 담뱃값을 파격 인상한 효과가 엉뚱한 곳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정책의 성패를 시행 초반만으로 판단할 순 없다. 하지만 초반부터 예상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온다면 문제점은 없는지 살피고,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금연정책이 연이어 실패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