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한·중 관계, 글로벌 시각에서 접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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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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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

[김상철 前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초(超)불확실성 시대의 서막인 대변혁의 한 해가 시작되었다.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가 걷히면서 '뉴 애브노멀(New Abnormal)'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선진국들이‘신(新)국가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반(反)세계화 보호무역, 고립주의 등의 노선을 채택하고 있다. 세계화가 오히려 자국 경제를 피폐화시켰다는 자성 하에 국가이기주의가 마치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시기에는 필연적으로 스트롱맨(Strong Man)들이 출현하기 마련이며, 다양한 전환기적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4차 산업혁명, 트럼피즘, 포스트 차이나 등은 기존 게임의 룰과 방식을 바꾸려는 대표적인‘게임 체인저(Game Changer)'들이다. 변화에 둔감하거나 무방비 상태에 있으면 피해를 보는 것이 당연하다. 사는 줄에 설 것인지 아니면 죽는 줄에 설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며, 코페르니쿠스적 사고로 과감한 결단력을 발휘해야 할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한·중 간의 관계도 이와 맞물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양국 간의 관계도 당사국 차원의 접근법보다는 글로벌 시각과 잣대로서 냉정하게 짚어봐야 할 시기이다. 수교 이후 지난 25년간 양국 관계의 발전 과정과 중국의 글로벌 위상 변화에 대해 냉정한 잣대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경제 교류 측면에서 중국은 한국의 최대, 한국은 중국의 3대 교역 파트너로 부상하였다. 현지 법인 기준 현재 중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한국 기업의 수도 4만여개에 달한다. 2015년에는 한·중FTA가 발효되면서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도 다양한 분야에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좀 더 세밀하게 진단해 보면 양국 경제교류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이 감지된다. 임가공 생산기지 확보 차원에서 시작된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 목적이 현지 내수시장 공략으로 수정된 지 오래 전이다. 초기 단계에 진출했던 업체들은 이미 대부분 중국을 떠났고, 중국 제조환경 악화로 최근에는 중국으로 진출하려는 기업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중국에 진출해 있는 업체들도 중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고, 실제로 현지 주재원 수도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출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104년부터 우리의 대(對)중국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불황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증국 로컬기업의 수준이 예전과 다르게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재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소비재 수출이 오히려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 다소 수출이 회복될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추세로 보면 과거와 같이 일관된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렵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이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수출 파트너가 되었지만 가까운 장래에 이러한 구도에도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중국의 대외적 위상 변화는 한·중 간의 교역 확대 이상으로 더 놀랍다. 2010년에 일본을 제치고 G2로 부상하면서 이제는 미국과 대등한 관계에서 팍스시니카를 넘볼 위치까지 치고 올라왔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막강한 차이나머니의 위력으로 신흥국 대표주자로서 세계 경제의 한 축을 감당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고도경제성장의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중속 성장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등 연착륙을 위한 업청난 도전에 직면하고 있기도 하다.

주변국의 중국 관계 설정도 충분히 참고해야

또 한가지 짚어 볼 것은 중·일 관계이다. 지난 2012년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 사건 이후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어 아직까지 완전히 복원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이는 일본의 이 섬에 대한 국유화 선언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중국 전역에서 반일 가두 시위가 연일 계속되었으며, 일본 브랜드 차에 불을 지르는 등 일본 상품 불매운동으로 확대되었다. 시진핑 주석과 아베 총리의 개인적인 성향도 있겠지만 양국 간의 정치적 앙금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그 후 일본에서는‘China+1'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졌으며, 중국을 떠나는 일본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동남아, 인도 등이 일본 기업의 새로운 경제 파트너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일본 브랜드 차의 중국 내 판매도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2016년 들어서야 판매세가 급신장하고 있다. 무려 4년만에 되찾은 반전 모드이다. 올 들어서는 연초부터 중국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일본 방문이 러시이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 제한 조치로 일본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명품 소비증가율이 세계 최고를 보이는 기록 경신을 하고 있다.

이렇듯 주변국을 대하는 중국의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중국의 비위를 거슬리면 이에 상응하는 보복이 반드시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식이다. 지난 4년간 일본의 정치권은 중국에 대해 비교적 담담하게 처신해 왔다. 관계 개선을 위한 시도는 있었지만 비굴함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재계에서 적극적으로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다양하게 시도한 적이 있으나, 정부 차원의 기본적인 입장에는 크게 변화가 없다. 베트남, 필리핀 등 남중국해와 관련해 중국과 첨예한 이해 대립 관계에 있는 국가들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과 대등하게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에게 약하게 보일수록 더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주변국들과 관계가 불편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확률이 높아진다. 중국이 인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할수록 주변의 반감이 그만큼 더 커지기 마련이다. 이는 중국 외교가 안고 있는 현실적인 딜레마이기도 하다.

글로벌 정세의 변화 한·중 간의 관계도 새로운 도마 위에 올라가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동맹국 내지 주변국에 대한 편가르기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에는 친미파도 많지만 근자에는 친중파도 많이 늘어났다. 사드 배치 등 양국 간의 현안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의 국론이 분열되는 현상을 보인다. 그리고 중국의 잇따른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 방법에 대해서도 양분된 시각이 나타난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식 중국에 대한 접근 양태도 보인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 이러한 우리의 약점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미국의 정권이 바뀌는 시점에 한국 길들이기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 아래 계속 묵어 두겠다는 계산이다. 올 해 중에 사드 배치가 현실화되면 중국의 공세는 더 거세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중국을 극복하지 못하면 변화가 무상한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세계가 어떻게 바뀔 것이며, 그 틀 내에서 한·중 간의 관계가 어떻게 진화될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소탐대실하거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되어서는 안된다. 다른 주변국들이 중국과 어떻게 딜을 하고 있는지도 충분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금년을 한·중 간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긴 호흡으로 현실을 인식해야 하고, 때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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