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오너 3세 전진배치] 3세 경영, 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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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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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P그룹 CI]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식품 대기업의 경영 승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30~40대 중심인 이들은 현장에서 실무를 익히거나, 초고속 승진으로 임원 타이틀을 달고 그룹 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3세들은 1·2세들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1세대 창업주가 척박한 경제 상황 속에서 국산 기술로 만든 조미료, 제빵 등으로 사업을 일궜다면 2세들은 이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3세는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기존 사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 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도 동시에 떠안았다. 여기에 보다 공격적인 연구개발(R&D)과 사업 다각화 등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는 점에서 전 세대 경영인들과는 구별된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두 아들인 허진수·허희수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현재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은 그룹의 제품개발 및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은 마케팅전략 분야를 도맡았다. 

허진수 부사장은 해외에 240여개 파리바게뜨 점포를 내는 작업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회사의 글로벌 영토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생 허희수 부사장은 지난 7월 미국 드라마나 뉴욕 유학생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에도 인지도가 높은 '쉐이크쉑'을 들여왔다.

이처럼 3세 경영인들은 젊은 마케팅 감각과 해외 경험을 통해 쌓은 글로벌 경영방식을 현장에 적용해 그룹 내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사진=오리온 제공]


하지만 3세 경영이 긍정적 면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지주사 전환 움직임을 보는 업계의 시선이 대표적이다. 식품업계의 지주사 전환은 핵심사업과 투자사업을 분리해 조직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목적이지만, 결국은 오너 3세로의 경영체제 전환을 앞두고 지분 승계 등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오리온과 매일유업이 지주회사 전환을 공시했으며, 앞서 크라운해태제과와 샘표식품도 지주회사 계획을 발표하는 등 올 하반기에만 식품업계 4곳이 지주사 전환을 알렸다.

식품업체들이 지주사 전환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오너들이 기업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오너들은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내주고, 지주회사 주식을 받아오는 현물출자를 통해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비용 부담 없이 오너 가족의 지주회사 지배력이 강화되는 것이다.

오너가 지분거래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삼양식품 지배구조의 최정점인 SY캠퍼스(구 비글스)의 지분은 3세 전병우씨가 100% 소유하고 있다. 회사가 설립된 2007년 당시 전씨의 나이는 13살에 불과했다. 설립과 동시에 삼양식품그룹의 알짜회사인 테라윈프린팅을 그룹에서 분리해 가져가면서 '일감 몰아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됐다.

사조그룹은 지배구조 최정점에, 오너일가가 주식 대부분을 소유한 비상장사 사조시스템즈가 자리한다. 오너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의 몸집을 키운 후 지주사로 올리는 전형적인 편법승계 방법을 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이고 변화에 더딘 국내 식품업체에서 3세 경영은 젊은 기업문화 도입과 식품업계 특성인 장인정신을 이어받는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객관적인 검증과 전문성 없는 경영 승계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해 기업의 성장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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