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백의 墨墨(묵묵)한 섬, 백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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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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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용백 사진초대전 …20일(수)부터 8월 8일(월)까지 한중문화관 갤러리에서

아주경제 박흥서 기자 =사진작가 최용백의 '墨墨(묵묵)한 섬, 백령도' 초대전이 오는 20일부터 8월 8일까지 인천시 중구 시설관리공단 주최, 한중문화관 주관으로 한중문화관 갤러리에서 개최한다.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그러나 최용백의 사진은 있는 그대로 자연을 평화로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단순한 자연의 풍경을 넘어 자아의 내재된 감성적 의미와 함께 사진의 방법론을 구사하고 있다. 평화로운 모습의 사진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하고 그가 만들어 낸 백령도 사진에서 감동을 느낀다.

사진가 최용백은 ‘시간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의 사진에는 어떤 식으로든 ‘시간’이란 요소가 반영되어 있는데, 그것은 단순히 변모해 가는 과정의 기록이란 측면이나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사진적 정지를 의미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의 ‘시간’에 대한 독특한 사유와 독창적 활용은 그가 소재를 보는 관점이나 매체실험에서도 드러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이번 전시에서 소개될 ‘백령도 시리즈’이다.

백령도80×60cm 2012[1]


한중문화관 학예연구사 오연주는" ‘백령도 시리즈’는 얼핏 한 폭의 수묵화(水墨畵) 같다. 이 시리즈를 처음 보았을 때, 단번에 조선 후기의 천재화가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859)의 '박연폭(朴淵瀑)'이 떠올랐다. 먹과 여백의 대비를 한껏 살린 18세기의 거장의 그림이 200년이 지난 오늘날 최용백에게서 가장 현대적 예술매체인 ‘사진’에 의해 재탄생되고 있었다. 겸재의 박연폭을 감상할 때 느껴지는 감정들이 최용백의 사진을 보며 일어났다. 강렬한 흑백대비가 주는 충격, 거대하게 솟아오른 또 무한히 떨어지는 자연에 대한 압도감, 그에 따른 경외심, 감동으로 이어지는 감정선이 그것이다. 역광이 가장 좋은 시간인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만 촬영했다고 하는 이 사진들은 특정 시간의 포착을 통해 위대한 자연의 면모가 극적으로 드러나는 효과를 획득했다" 고 평가했다.

수묵화는 흰 종이 위에 오로지 먹색만을 펼쳐내지만, 먹색이 가지는 다채로운 층위를 통해 원근을 표시하고 실제 우리 눈에 보이는 색감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또한 우리 눈에 보이는 색을 모두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않기에 풍경이 품고 있는 깊이를 표현한다.

최용백이 선택한 흑백, 그리고 그 흑백의 대조가 극대화 되는 시간대는 신기하게도 먹이 가진 이러한 속성이 사진을 통해 구현될 수 있게 했다.

사진의 소재가 된 백령도는 남한 최북단의 섬으로,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며, 아직 전쟁상태가 종결되지 않은 휴전국 대한민국의 정치적. 군사적 현실을 환기시키는 곳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긴장감이 감도는 이곳은 한반도의 불안함을 상징한다.

생태적으로도 백령도는 심각한 위협에 시달리는 불안한 상태에 있다. 백령도를 대표하는 천연기념물 점박이물범은 지구온난화 등 환경변화와 각종 쓰레기와 오폐수 바다투기로 인한 해양오염, 모피를 이용하고자 하는 밀렵꾼들의 잔혹한 사냥으로 그 수가 크게 줄어 1940년대 8,000여 마리이던 것이 지금은 200~300마리 밖에 살아남지 않았다. 이래저래 백령도는 위험과 불안함의 상징이다.

최용백은 인간으로 인한 위험과 불안으로 가득한 이 섬을 평화의 섬으로 환원시키고자 했다. 백령도가 가진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백령도를 평화의 상징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그가 택한 것은 백령도의 ‘자연’, 백령도가 태어날 당시부터 그렇게 있었을 ‘태초의 자연’에 대한 상상이었다.

눈에 보이는 여러 빛을 배제한 강렬한 흑과 백의 대조를 통해 원시적인 섬, 태초의 원형을 상상케 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의 어떤 위협도 닿지 않던 그 시간, 그곳으로 가 백령도의 평화를 찾았다. 최용백은 이 작품 시리즈의 제작을 위해 3년이 넘는 오랜 기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빛의 예술인 사진을 사용하면서도 빛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색을 배제한 이 작품은 우리를 새로운 사색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것은 처음 그의 ‘백령도 시리즈’를 보았을 때 느꼈던 정서적 감동에 맞닿아 있다. 그의 작품을 보며 느끼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은 태초의 자연이 주는 경외감과 일 것이며, 태초의 자연이 주는 경외감은 인간이 섬에 의미를 덧입히기 전의 섬의 모습, 즉 그가 말한 대로 절대적 평화를 상징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의 작품에 대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그저 백령도의 자연이 주는 압도감을, 그 태초의 모습을 묵묵(黙黙)히 묵묵(墨墨)한 섬을 통해 상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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