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충돌 방지법’이 뭐길래…용납할 수 없는 ‘시행착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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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2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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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심판의 판정 번복이 경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매우 신중해야 했던 판정. 올 시즌 신설된 ‘홈 충돌 방지법’ 적용 첫 사례 후폭풍이 거세다. 삼성 라이온즈는 첫 수혜자가 됐고, LG 트윈스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2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 삼성은 4-6으로 뒤진 6회말 무사 1, 3루 기회를 잡은 뒤 이중 도루를 시도했다. 1루 주자 이영욱이 2루로 뛰었고, LG 포수 정상호가 도루 저지를 위해 2루로 송구했다. 그 사이 3루 주자 이지영이 홈을 향해 질주했다. 이때 LG 유격수 황목치승이 다시 홈으로 송구했다.

정상호가 이지영을 태그 아웃시켰다. 명백한 아웃 판정. 하지만 류중일 삼성 감독은 심판합의판정을 요청했다. 그리고 잠시 후 윤태수 구심의 아웃 판정은 심판진의 비디오 분석 후 합의 결과 세이프로 판정이 번복됐다. ‘홈 충돌 방지 규정’으로 인한 판정 번복의 첫 사례였다.

그러자 양상문 LG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강력하게 항의했다. 양 감독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논란의 여지는 충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부터 접전이 벌어지는 홈에서 선수보호를 위해 ‘홈 충돌 방지법’을 신설했다. ‘포수는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자의 길을 막을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할 수 있다’는 규칙.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근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정상호가 홈 플레이트를 막은 것은 맞다. 왼발로 주자의 길목을 막은 상태에서 포구를 한 뒤 태그했다. 이지영도 정상호를 피해 몸을 비틀며 홈 플레이트 터치를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포수의 위치’만 놓고 보면 ‘홈 충돌 방지법’ 적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규정을 적용시키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 바로 ‘타이밍’이다.

‘홈 충돌 방지법’의 세부 규정을 들여다보면 심판의 판정은 더 신중했어야 했다. KBO 규정에는 ‘포수가 홈 플레이트를 봉쇄했지만, 심판의 판단으로 주자가 원래 아웃이 될 상황이었다면 포수가 해당 주자의 주루를 방해 또는 저지했다고 간주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상호가 홈 플레이트를 막았으나 이지영이 슬라이딩을 하기 전 이미 완벽히 포구를 한 뒤 태그 동작이 이뤄졌다. 충분히 아웃 타이밍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포수와 주자간 충돌의 위험성은 매우 낮았다. 심판합의판정 요청에 정상호가 어리둥절한 이유다.

홈 충돌 방지 규정과 관련해 합의판정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지난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의 경기에서 9회초 1사 만루에서 롯데 3루 주자 손아섭이 황재균의 유격수 땅볼 때 홈을 파고들다가 아웃 판정을 받았다. 이때도 조원우 롯데 감독이 심판합의판정을 요청했으나 당시 심판진은 ‘주자가 원래 아웃이 될 상황’으로 판단해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두 번의 사례만 놓고 보면 이지영보다 손아섭의 홈 접전 상황이 타이밍상 더 충돌 위험성이 컸다. 같은 상황 다른 결과였다.

일관성 없는 판정은 엄청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경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홈 접전 상황에서 벌어지는 판정이라면 더 심각해진다. 명확한 세부 규정에 따른 심판진의 숙지가 필요하다. 실전 경기에서의 판정을 통한 결과론적 시행착오는 용납되어선 안 된다.

이날 LG는 삼성에 7-9로 역전패를 당했다. 6회초까지 6-4로 앞서던 LG는 ‘홈 충돌 방지법’이 적용된 실점 이후 급격히 흔들려 6회말에만 5실점을 헌납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이날 역전패를 당한 LG는 5위로 두 계단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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