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이길여 “바람개비는 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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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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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63)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가천대 총창)[사진=가천대학교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어려운 상황일수록 정면으로 도전해 바람개비를 돌려야 한다. 바람개비는 바람이 불지 안으면 돌지 않는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가천대학교 총장)은 삶의 지표를 어린 시절 갖고 놀았던 ‘바람개비’에서 찾았다. 그는 “바람개비는 구조상 맞은편에서 바람이 세게 불면 잘 돌아가고 바람이 없으면 멎어버린다. 어떤 애들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포기해버렸지만 나는 산 위에라도 올라가 뛰어내려가면서 맞바람으로 바람개비를 돌리고야 마는 그런 성격이었다”고 회상했다. 바람개비를 돌리기 위해 뛰었던 그 마음으로 정진해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는 얘기다. 

1932년 전북 옥구(현 군산 대야면)에서 2녀 중 차녀로 태어난 이 회장은, 그의 나이 열 네 살 때 손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세상을 뜬 아버지를 보면서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이리여고를 졸업한 후 한국 전쟁 중 서울대 의과대학에 입학, 1957년 졸업했다. 이듬해 서울적십자병원에서 인턴과정을 수료한 뒤 고향 군산에 내려가 군산도립병원을 거쳐 인천에서 산부인과인 자성의원을 개원했다.

1964년 미국 뉴욕의 매리 이미큘리트 병원에서 인턴과정을, 퀸스 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뒤 1968년 귀국한 그는 이듬해 다시 인천에서 이길여 산부인과를 개원했다. 그는 국내병원 가운데 최초로 입원환자에게 보증금을 받지 않았다. 미국에서 익힌 선진 의료시설과 친절이 입소문을 타자 병원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몰려오는 환자를 돌보기 위해 이 회장은 하루 네 시간 이상 잠을 잘 수 없었다. 

다시 유학길에 올라 일본 니혼대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1978년 전 재산을 출연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종합병원인 의료법인 인천길병원을 설립했다. 이후 양평길병원(1982년), 중앙길병원(1987년), 철원길병원(1988년), 남동길병원(1993년), 백령길병원(1995년) 등 의료취약지역에 차례로 병원을 개원하는 등 사업을 확장해 전국 각지에 자병원을 건립해 나갔다.

이 회장은 의료사업의 성패는 인재에 달려있다고 보고 1994년 경기전문대학과 신명여자고등학교의 신명학원을 인수하며 교육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학교법인 가천학원을 설립한 그는 1998년 가천의과대학(현 가천의과학대학교)을 세운 데 이어 같은 해 경영난에 빠진 경원학원을 인수했다. 2000년 총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2010년 경원학원과 가천학원을 가천학원으로 법인 통합했으며, 경원대와 가천의과학대의 통합대학인 가천대의 통합승인을 받아 2012년 3월 공식 출범했다.

이 회장은 탁월한 추진력과 남다른 경영 수완으로 굴지의 의료그룹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그는 ‘성공한 사업가·경영인’이라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가천길재단은 모두 비수익, 비영리 공익사업이다. 제 경영철학은 사심(私心)을 버리는 데서 출발한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까’에 집중돼 있다. 가천길재단의 모든 기관들은 사랑과 봉사와 애국을 실현하는 장(場)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며, 그들에게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조직을 이끌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투명경영으로 뒷받침하며 비전을 제시, 과감히 실천해 나가는 것 또한 조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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