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누가 좋은 제품을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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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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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평소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는 바쁜 일정 중 가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 자주 들른다고 한다. 매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관찰하면서 새로운 사업에 대한 구상을 하기 위해서다. 알리바바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 일찍 눈을 뜨고, 가상현실(VR) 분야에도 뛰어드는 등 미래 가치에 선제적으로 과감히 투자하는 배경에는 고객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마윈 회장의 선견지명이 자리하고 있다.

경영자뿐만 아니라 상품 기획자들도 종종 회사 밖에서 신상품이나 서비스의 밑그림을 찾는다. 볼펜으로 유명한 모나미의 송삼석 대표는 직원들에게 ‘틈나는 대로 나가서 돌아다니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필기구를 쓰는 고객의 패턴이나 특징을 직접 보고 파악해 상품 기획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물이 묻어도 잘 써지는 마카펜은 직원들이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떠올린 아이디어다.

서울 홍익대 근처에 고급스런 분위기의 매장을 따로 내어 고객들의 반응을 체크하기도 하고, 손톱에 바르는 네일펜이나 캘리그라피 전용 펜도 개발했다. 다양한 시도 덕분에 문구 매출의 수익성이 좋아진 것은 물론이다. 모나미의 당기순이익은 2014년 흑자로 전환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62%나 늘어난 51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알리바바와 모나미가 실천하는 원칙은 간단하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만들어내는 사람이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고품질, 최고의 기술력에만 매달리다 보면 정작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와 감성을 담는 데에는 실패하기도 한다. 이런 기업이라면 제품 개발의 프로세스 흐름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뒤집어 생각해보고, 반대로 생각해보고, 비틀어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기술인문융합창작소’라는 조직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제품 개발시 융합적 사고를 접목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지원해준다. 주변의 사소한 현상이라도 호기심과 의문을 갖고 지켜보면, 그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생각이 교류하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에 기업 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관찰하는 태도’를 훈련시키는 것이다. 지난해 4개사를 상대로 시범 운영을 진행했고, 올해는 수혜 기업을 40여개 사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우리 경제를 이끌던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침체되고, 수출 회복세마저 더딘 상황이 지속되면서 기존의 성장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생각의 뒤집기, 비틀기가 더욱 간절해지는 시점이다. 실제로 관점을 바꾸면 새로운 부가가치, 숨어있던 시장도 보일 수 있다. 고구마에 묻은 진흙을 털어내려고 세탁기를 사용했던 쓰촨성 농민들을 위해 세탁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대신 아예 고구마와 과일 세척이 가능한 세탁기를 개발하여 판매했다는 장루이민 하이얼 회장처럼, 지금 우리에게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와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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