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문제에 평화협정 꺼내든 중국…향후 한중관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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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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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미·중 양측이 대립한 또 다른 한반도 현안은 북한이 들고 나온 평화협정 논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번 회담에서 케리 미 국무장관의 면전에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하자고 제안했다.

중국 외교부가 평화협정 논의를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북한이 집요하게 제안하는 평화공세의 일환으로 앞으로 한중 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북한의 평화협정 논의에 맞장구

왕 부장은 회견에서 "중국은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라는 '투트랙' 접근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면서 관련 당사국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케리 장관은 비핵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명확히 재확인했다. 케리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 테이블에 나오고 협상에 응한다면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은 이번 회담에서 케리 미 국무장관의 면전에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하자고 제안했다. [사진=신화통신]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 논의에 중국이 맞장구를 쳐준데에는 비핵화 논의의 초점을 흐리려는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한·미 양국의 공통된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6일 '수소탄' 핵실험을 불과 며칠 앞두고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하자고 비공식 채널로 제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미국에 진정성 있는 제안을 했다기보다는 제4차 핵실험을 감행하기 위한 '명분 쌓기' 차원에서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번 언급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초 뉴욕을 방문한 리수용 외무상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 이어 같은 달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도 "하루빨리 낡은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새로운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의하는 등 평화협정 공세를 집요하게 펼쳐왔다.

◆북한에 쏠리는 대북제재 관심 쪼개기 시도

문제는 지금까지 관망하고 있던 중국이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협정 체결을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연계해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앞으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비핵화 공세가 거세질 때마다 평화협정 문제를 끌고나와서 방어 논리를 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이는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거절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평화협정 카드를 꺼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북한과 중국의 평화협정 체결 제의는 미국과 서방국들의 관심을 둘로 쪼개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1990년대 초부터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주장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북한이 더이상 잃을 것 없다는 입장에서 통 크게 한 번 던져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제1위원장은 핵실험을 닷새 앞둔 지난달 1일 육성 신년사에서 핵 관련 언급을 자제하면서 올해는 노동당 7차 대회를 계기로 핵보다 경제 건설에 치중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 또한 '연막전술'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가 우선이고 평화협정 체결도 한국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기 며칠 전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에 은밀히 합의했다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1일(현지시간) 보도와 관련해 "정부는 이미 밝힌 대로 비핵화 논의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평화협정도 미북 간의 문제가 아니다"며 "우리 한국이 주도적으로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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