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포기를 몰랐던 챔피언의 잘못된 선택…‘챔피언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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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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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챔피언 프로그램'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누구나 승부욕은 있다. 그 정도의 차이일 뿐. 운동선수들에게 승부욕은 시합을 이기는데 원동력이 된다.

‘투르 드 프랑스’(le Tour de France)는 매년 7월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일주 사이클 대회다. 1903년 창설된 프랑스 도로 일주 사이클 대회로 약 3주 동안 프랑스 전역과 인접 국가를 일주하는 살인적인 일정의 시합이다. 구간별 측정 기록으로 선두와 포인트 우승자를 가려 종합 선두에는 옐로우 저지(yellow jersey)를 수여한다.

랜스 암스트롱은 투르 드 프랑스를 7연패해 ‘투르 드 랜스’라고도 불린 선수다. 더욱 놀라운 점은 1996년 고환암 말기 진단을 받은 후 수술을 받고 재기에 성공,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대회 첫 7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영화 ‘챔피언 프로그램’(감독 스티븐 프리어스)은 랜스 암스트롱(벤 포스터 분)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랜스 암스트롱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로부터 ‘포기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고 이를 일생의 단 하나의 기준으로 삼았다.

사이클로 미국 전역을 재패한 랜스 암스트롱은 스포츠 전문 기자 데이빗 월쉬(크리스 오다우드 분)와의 인터뷰에서 투르 드 프랑스에서의 선전을 공언했다. 데이빗 월쉬는 암스트롱에 대해 “단거리는 잘하지만 3주 투어는 무리”라고 분석했다.

그의 분석대로 랜스 암스트롱은 투르 드 프랑스에서 자신의 한계를 경험했다. 일생동안 사이클에 대한 자부심으로 살아온 랜스의 입장에서 투르 드 프랑스에서의 패배는 치명적이었다.

랜스는 이후 도핑을 결심한다. 스포츠 전문 닥터인 미켈레 페라리(기욤 까네 분)는 공공연히 경기력 향상 약물인 에포에 대해 “누군가 에포를 사용했다고 해도 충격을 받을 필요가 없다. 스위스에서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이다. 에포가 위험한 게 아니라 남용하는 게 위험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사진=영화 '챔피언 프로그램' 스틸컷]

팀원들과 에포를 사용한 랜스 암스트롱은 벨기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축하 파티 후 씻다가 피를 토한 랜스. 병원에서는 고환암 말기라고 진단했다. 치료를 위해서는 감염된 고환을 제거하고 항암화학요법을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뇌로 퍼진 암세포 역시 제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사이클 세계 챔피언이라는 자긍심이 그를 살린 것일까? 랜스는 암치료가 끝난 후 정상적인 몸을 되찾고 페라리 박사를 찾아갔다. 본격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에포, 성장호르몬, 코르티손, 스테로이드 등 경기력 향상 약물을 맞고 복용하기 시작한 랜스는 은퇴한 사이클 감독 요한 브뤼닐(데니스 메노쳇)을 찾아갔다.

미국 연방 우편공사팀과 전속계약을 체결한 랜스에게 요한 브뤼닐은 투르 드 투어를 정복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감독이었다.

랜스 암스트롱은 투르 드 투어 스테이지 중 몇 개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전체 1위를 위한 중요 스테이지에 임했다.

오르막길에서 갑자기 선두로 치고 올라온 랜스. 수많은 선수들을 제치고 압도적인 실력으로 5시간 반 동안 페달을 밟았지만 힘든 기색 없이 라이벌을 초토화시켰다.

모든 기자들과 팬들이 환호하던 순간, 데이빗 월쉬만이 랜스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오르막길에서 브레이크를 쓰는 모습을 포착한 것. 이전 산악스테이지 기록이 39위였던 랜스가 암을 치료하고 슈퍼맨이 된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나 동료 기자들은 고환암을 치료 중이었는데 위험한 약물을 사용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데이빗은 취재를 시작했다. ‘사이클링이 침묵한다’라고 시작하는 기사를 작성했지만 편집장은 온 세상이 랜스 암스트롱의 팬이라는 점을 감안해 “증거가 없으면 보도를 할 수 없다”면서 “언제든 증거를 갖고 오라”고 말했다. 더욱이 랜스 암스트롱은 암 퇴치를 위한 재단까지 운영 중이었다. 암 투병 중이거나, 재활치료 중인 사람들에게 암스트롱은 영웅이었다.

팀원 중 한명이 팀을 이탈하자 랜스 암스트롱은 평소 눈여겨 보고 있던 플로이드 랜디스(제스 플레몬스 분)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종교적 신앙심이 강했던 플로이드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이클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던 열혈 청년이었다. 사이클 계에서 전설과도 같은 랜스가 자신을 부른다는 말에 두말없이 팀에 합류했다. ‘챔피언이 되기 위한 프로그램’에도 동참했다. 물론 단 한 번도 양성반응이 나온 적은 없었다.

투르 드 프랑스에서 6연패를 달성한 랜스 암스트롱은 한번만 더 우승을 차지하면 연방 우편공사로부터 보너스로 1000만 달러를 받기로 돼 있었다. 이에 우편공사 구단주들은 위험담보 보험업자 밥 해먼(더스틴 호프만 분)을 고용했다. 데이빗 월쉬는 밥 해먼을 비롯해 랜스 암스트롱의 모든 지인들을 만나 그가 조직적으로 도핑을 해왔고 동료인 팀원들에게 도핑을 강요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편집국장은 데이빗에게 기사를 작성해 자문변호사에게 보여주자고 제안하고, 결국 기사화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챔피언 프로그램’은 이야기의 흐름이 매우 매끄럽다. 스포츠 분량은 매우 사실적이고, 음모를 파헤치기 위한 데이빗과 랜스의 줄다리기는 흥미진진하다.

벤 포스터는 랜스 암스트롱에 빙의된 듯 완벽하게 연기했다. 최고의 자리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랜스 암스트롱의 감정을 메소드 연기로 풀어냈다. 데니스 메노쳇은 영화를 위해 살을 찌우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챔피언에서 영웅으로, 신화가 됐다가 사기꾼으로 전락한 랜스 암스트롱의 실화를 다룬 ‘챔피언 프로그램’은 오는 29일, 12세 관람가로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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