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포스트] 배려 없는 기사작성도 결국은 '꼰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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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0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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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혁 기자[.]


"이 회사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는데 요즘처럼 언론에서 취재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건 처음이네요."

한 취업 포털 관계자가 사석에서 던진 이야기입니다. 청년 실업과 일자리 문제 등 고용 관련 이슈가 전 사회적인 관심사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 등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누가 봐도 면접용 정장을 입은, 구직자로 보이는 한 여성이, 누가 봐도 면접 때문에 신은 듯한 하이힐을 들고 걷는 뒷모습이었죠. 실제 상황이야 알 수 없지만 미루어 짐작컨대 그녀 역시 구직시장의 녹록치 않음을 몸소 느꼈을 겁니다. 
  
근래 들어 각 신문사의 지면과 포털사이트의 주요 뉴스란에는 구직 관련 기사가 넘쳐납니다. 각종 채용 및 실업 관련 자료와 그래프를 인용해 청년실업의 실태를 꼬집고, 고용없는 사회가 야기할 파장과 우려에 대해 다각적으로 짚어내려고 합니다. 

과거 상·하반기 공채시즌 때면 소위 '현장 스케치' 정도의 보도에 그치던 것과는 달리 과감히 '전면'에 배치하거나 '특집'으로 다루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각종 취업포털이 실시한 다양한 종류의 설문조사, 인식조사 결과가 그대로 실리고 해당 기사에 숱한 댓글이 달리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상전벽해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청년실업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제3자들의 인식입니다.

정작 당사자인 구직자들은 이런 기사들을 전혀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실질적인 해결방안 모색이나 의지는 없이 청년 실업 문제를 그저 일종의 가십거리로 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2012학번으로 올해 대학교 졸업반인 띠동갑 사촌동생도 제게 말했습니다.

"기자들은 취업 관련 기사 쓰면 댓글도 많이 달리고 여기저기 포스팅되면 좋아할 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그런 기사들 볼 때마다 힘도 의욕도 다 빠져요. 문제점을 널리 알려서 공론화 시키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당사자가 되고 보면 그렇게 안 받아들여지거든요."

취업 문제의 해결책을 쥐고 있는 정부와 관계기관, 기업에 대한 불만도 예상보다 훨씬 컸습니다.  

"중동국가들은 벌써 예전부터 석유 고갈 이후를 대비해 자국 기술인재 집중 육성에 나섰는데 정부는 70년대 산업역군들처럼 중동으로 나가라고 하질 않나, 기업은 무스펙 채용이다 뭐다하며 하루가 멀다하고 채용 절차를 바꾸질 않나, 구직자들만 골탕먹는 구조인 것 같아요.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할 양반들이 변화의 의지가 없어보여요."

요즘은 말끝마다 '내가 해 봤는데', '내가 너만 할 때는 말이야', '아프니까 청춘이야' 라며 어설프게 가르치거나 멘토질 하려고 했다가는 자칫 '꼰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직장생활 8년차 불과한 저 역시 점심식사 후 커피 한잔 마시며, '우리 때도 만만찮게 힘들었는데' 라고 그들의 힘겨운 일상을 그저 하나의 이야기꺼리로 멋대로 재단한 것은 아닌가 싶어 반성하게 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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