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슬픔속으로 기어가게 하는 사진' 정경자의 '우연의 뿌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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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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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회 일우사진상 수상 기념전..대한항공 1층 로비 일우스페이스에서 개인전

[대한항공 서소문 빌딩 1층 로비에 위치한 일우스페이스에 전시된 정경자 작가의 우연의 뿌리전/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빈 옷걸이들. 벗어놓은 신발…. 존재의 의미를 상실해버린 사물들. 상당히 시니컬하고 자세히 보면 우울하기 그지없다.  

사진평론가 신수진씨는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작품은 슬프고도 아름답다"며 "시간을 박제한 것같은 작품은 대상을 관조하며 죽음의 대상에 생명을 준것"이라고 설명했다.

 제5회 일우사진상 '올해의 주목할 작가'로 선정된 사진작가 정경자의 '우연의 뿌리'전이 서소문동 일우 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칠이 벗겨진 창틀에 그림처럼 보이는 커튼, 문을 여닫은 흔적이 남은 카펫, 나뭇잎 사이를 통과하는 전깃줄등 정경자의 작품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이어주는 내레이션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죽음이다. 고독감 우울감 상실감이 짙게 베어있다.

 파르라니 깎은 옆모습. 작가는 친구라고 했다. 암에 걸린 친구를 보며 마음과 나눴다.
눈이 된 카메라는 그가 봤을 천장구석 모퉁이, 빼꼼 열린 방문에 시간을 가뒀다.  벽에 붙은 콘센트는 창자같은 전깃줄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낸채 구멍을 보이고 있다.

'죽음에 대한 경험을 했다'는 작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대신 사진을 한줄의 싯구 처럼 담아냈다. 

'그날따라 이상한 예감에 시달렸다' .'모든 것은 그대로 있다'. 영상으로 만든 사진에 달린 문장들. 다큐프로그램에서 따온 말이지만 묘하게 어울린다.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작가는 "수없이 돌아다니며 우연히 만나는 것의 의미에 대해 고민했다"며 "(작품은) 소소한 삶에서 느끼는 존재의 흔적"이라고 했다.  

 전통적이면서 고생스러운 작업은 발췌된 추상화로 변신했다. 거리에서, 집안에서, 자연에서, 도시에서, 인물속에서 혹은 사물들 속에서 사진을 찍는다. 연출한 장면이 아닌, 스트레이트 기법에 충실했다. 
 
[정경자 작가가 영화장면같은 사진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영국 유학시절인 2010년부터 작업한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우연과 필연, 삶과 죽음, 시간의 흐름과 소멸과 주변의 소소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압축되어 있다.

 현실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에 대한 감각을 사물로 얘기하는 '스토리 위드인 어 스토리'(Story within a Story), 삶과 죽음의 경험에 대한 고백을 담은 '스피킹 오브 나우'(Speaking of Now), 폐허의 사물을 통해 생성·성장·소멸을 반복하는 순환의 고리를 담은 '랭귀지 오브 타임'(Language of Time) 시리즈 등을 선보인다.

 생명의 온기도 없이 차가운 느낌. 존재의 의미를 상실해버린 현대인의 삶이란 어쩔수 없이 부딪히는 우울앞에서 비상하지 못한다.  정경자의 작품은 볼수록 슬픔의 끝으로 한없이 기어가게 한다. 전시는 12월 24일까지.(02)753-6502.
 

▶사진작가 정경자=2011 The University of Edinburgh, Edinburgh College of Art, MA Contemporary Art 졸업, 2007 중앙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 졸업,1999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 졸업, ▶개인전2013 Story within a Story, 토요타 포토 스페이스, 부산, 2008 Reverie, Somewhere, 갤러리 룩스, 서울,1998 Floating, 카페 드 플로라, 서울 수상:2013 제 5회 일우사진상, 올해의 주목할만한 작가 전시부문,2012 아르코 신진작가 워크숍, 아르코 미술관, 2008 갤러리 룩스 신진작가, ▶출판:2012 In between Something and Nothing 외, 작품집, Hezuk Press,2004 수필집 ‘조용한 열정’, 사진, 마음산책.
 

[정경자. Story within a Story_25, Digital Pigment Print, 2010, 100x100cm]


▶일우사진상= 뛰어난 재능과 열정을 지닌 유망한 사진가들을 발굴해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세계적인 작가로 육성하고자 2009년에 처음 제정되었으며, ‘일우’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호다. 지난해 제5회 일우사진상 공모에는 국내의 열정적인 사진작가들이 대거 응모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심사는 현대미술 분야의 유력인사들이 참여한 국제심사위원단이 24인의 1차 심사 통과자들을 일대일로 개별 포트폴리오 리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자리를 통해서 참가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세계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국제심사위원단에게 한국의 역량 있는 작가들을 알릴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제 6회 일우사진상의 공모는 11월 중순에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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