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상규 조달청장, "이제는 해외조달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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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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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부터 아파트 관리비 전자입찰 의무화...나라장터 활용도 높아질 것

[김상규 조달청장 사진=조달청 제공]


김상규 조달청장을 16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간 장소는 대전청사가 아니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청사에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안전행정부와의 협의 등으로 촘촘한 일정 때문에 대전행 대신 편안한(?) 서울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의 마지막 경제부장단 오찬 간담회 장소에서 기자와 만난 이후 3개월이 지나는 동안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에서 조달청장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웃음 띤 맑은 얼굴로 기자를 맞이한 김 청장은 식사를 미룬 채 인터뷰부터 하자고 졸랐다. 다짜고짜 현재의 우리 경제를 진단해달라고 했다.

“현재 우리 경제가 어려운건 사실이다. 다만 우리만 어려운건 아니고 전 세계가 어렵고 회복이 더딘 상태다. 특히 국제유가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 세계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확장적 경제정책이 펴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조달청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그는 “조달청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좁고 한정된 영역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조달청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조달물품에 대한 계약 체결을 빨리해주고 조달 품목의 내용을 달리하는 것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제조업 중심의 우리 경제 구조를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서비스 분야 조달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같은 조치 등을 통해 조달시장의 품질을 높여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높이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경제 살리기에 조달청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

김 청장은 이미 한계에 달한 국내 조달시장에서 눈을 돌려 해외조달시장에 우리 기업들이 적극 진출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조달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에 이른다. 따라서 앞서 말한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조달청으로서는 해외조달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 경쟁이 가능한 해외조달시장은 약 5조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 기업으로서는 기회의 시장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조달청이 하고 있는 일을 잠깐 소개하자면 매년 조달청에서 개최되는 우수조달물품 전시회인 나라장터 엑스포를 해외조달시장의 진출 기회로 제공하고 있다.”

김 청장은 지난 4월 열린 나라장터 엑스포를 통해 상당한 수출계약 실적을 올렸다고 소개했다.

“지난 4월의 나라장터 엑스포에는 4개 나라에서 17명의 해외바이어를 초청했다. 그래서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은 국내업체 71개사와 일대일 수출 상담회 개최를 주선했다. 그 결과 모두 57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조달청은 또 해외조달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유망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그 결과 해외조달시장 수출금액이 지난 2012년 8000만 달러에서 지난해의 경우 1억3300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5000만 달러 이상이 증가한 것이다.”

그는 숫자에 해박했다. 기획재정부에서 경제예산심의관과 재정업무관리관 등을 역임하면서 숫자가 몸에 배었기 때문이리라. 조달청의 해외지원 사업에 대한 자랑(?)은 이어졌다.

“역시 지난 4월에는 러시아 정부조달 전시회에서 한국기업 전시관을 운영했는데 우리 기업들이 300만 달러의 수출계약이 이뤄졌다. 6월에는 베트남과 필리핀에 민.관 합동 시장개척단을 파견해 900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지원하기도 했다. 조달청의 이같은 해외조달시장 개척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특히 기술경쟁력이 있는 우수조달기업들이 세계 조달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조달청이 적극 지원할 것이다.”

김 청장은 다만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되고 있는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음을 실토했다.

“중국 조달시장 개척이 의외로 어렵다. 우리 조달시장의 품질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시장의 규모가 크다 보니 우리보다 분업이 훨씬 잘 발달돼 있다. 그리고 현지 기업과 함께 조달시장에 참여해야 하는 등 규제 등이 많아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조달시장 진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기업들은 한 목소리로 중국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중국시장이 아니라면 다른 새로운 해외조달시장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김 청장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을 꼽았다. 그리고 뜻밖에 중동지역도 노릴 만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가 하고 싶은 지역은 중동지역이다. 다 알고 있듯이 중동 지역은 현금이 많은 곳이다. 얼마전에 터키를 방문해 그 나라의 조달시장을 꼼꼼히 살폈다. 시장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요르단도 우리 기업의 진출이 용이할 것으로 보였다. 우리 정부의 ODA(공적개발원조)와 연계한 나라장터 진출 계획도 갖고 있다. 중동지역의 경우 SOC 사업을 많이 벌이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새로운 밴드를 형성해서 진출하는 방안을 지원할 방침이다.”
 

[김상규 조달청장 사진=조달청 제공]


이야기가 지나치게 해외에 집중되는 바람에 인터뷰 초반에 물었던 국내 경제살리기에 대한 추가 질문을 하지 못했다. 국내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중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에 대한 조달청의 역할을 물었다.

“사실 우리는 정부기관 등의 의뢰를 받아 그 기관이 정한 예산의 틀 안에서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예산이 늘어나야 조달시장이 늘어난다.(웃음)”

“국내 내수 시장이야기를 하니 생각나는 것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아파트 비리 문제이다. 연예인 김부선 씨가 아파트 난방비와 관련한 비리를 폭로해 언론에서 크게 주목했다. 사실 그 문제와 직결되지는 않지만, 아파트 관리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민간에게 개방한 것이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장터를 지난해 10월 아파트단지에 개방을 했다. 현재까지 2000개에 가까운 아파트단지가 나라장터의 전자입찰을 이용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대전의 향촌 현대아파트는 나라장터를 통해 CCTV 설치공사를 진행해 당초 예상한 금액보다 5000만원을 낮춰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내년부터 아파트 관리와 관련해 전자입찰이 의무화되는데 그렇게 될 경우 조달청의 나라장터 활용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피케티 현상을 비롯해 시간선택제 등 최근의 경제 이슈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김 청장은 막힘없이 답변을 내놓았다.

“피케티 현상은 빈부차가 커지다 보니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 같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점차적으로 사람이 필요 없는 구조로 가다보니 직장을 갖지 못한 사람이 늘어 빈부차가 커질 수 밖에 없다. 1차 산업혁명이 자동화가 인력을 대체했다면 지금은 전산화 등을 통한 데이터베이스들이 전문가들의 일자리를 뺏고 있는 형국이다. 시간선택제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업마다 사람과 일에 대한 집중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월급이 작아진다는 이유만으로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개념으로 정착한 것이 문제다.”

김 청장은 또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회적 기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 현황에 다소간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 약자기업에 대한 유사한 정책을 여러 부처가 추진함으로써 조달시장의 혼란이 일고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기업은 고용노동부가 사회적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가 또 중증장애인생산품 의무구입 등은 보건복지부가, 장애인기업 생산물품구매 촉진은 중소기업청이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기업에 대해 조달시장에서는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의 소극적인 지원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입찰자격제한이나 이들 기업 간의 제한경쟁 확대 등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정부가 공공조달계약을 활용해 사회적 약자의 고용기회를 확대하고 이들에 대한 노동시장에서는 세이프 가드 기능을 수행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터뷰가 길어지고 조달청 본연의 업무 이야기로 조금씩 지쳐갔다. 그래서 최근 세월호참사로 인해 학생들의 수학여행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수학여행 활성화 방안을 물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수학여행 등 학생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그래서 수학여행 안전을 강화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안전 측면에 초점을 맞춘 일선학교와 여행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계약조건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수학여행 관련 시설이나 서비스에 대한 현장 안전점검도 실시했다. 실제 지난 6월 속초와 경주지역에 있는 28개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시설 안전을 점검하고 일부 미흡한 사항에 대해서는 시정조치도 취하기도 했다. 다만 조달청을 통한 수학여행 상품의 이용이 다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김 청장은 인터뷰 때문에 미룬 식사를 마치고 대전청사로 향했다. 그는 이날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대담=박원식 경제부장, 정리=노승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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