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준비중" 중국 금융패권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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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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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초 APEC 정상회의때 설립계획 발표 예정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개요[사진=아주경제 편집부]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내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바로 중국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계획 발표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직접 나서서 AIIB 출범 계획을 발표하며 중국의 세계 금융패권 행보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중국판 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준비 '착착'

AIIB는 미국과 일본 등이 주도한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국제금융기구다. 이 기구는 ADB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각국의 도로·철도·교량 등 인프라건설과 성장지원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자는 게 핵심 역할이다.

지난 해 10월 시진핑 주석이 아시아 순방에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사회기반시설(인프라) 건설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설립을 제안했다. 당초 500억 달러 자본금으로 설립될 예정이었지만 현재 1000억 달러로 늘어났다. ADB 1650억 달러에 필적할 만한 초대형 국제금융기구인 셈이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소속 20여개국이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그 동안 중국은 AIIB 설립을 위한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왔다. 올해 5월 상하이(上海)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구축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AIIB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장도 같은 달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ADB 연차총회에서 15개 아시아 국가 대표단을 별도로 초청해 AIIB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AIIB가 출범하길 바라고 있으며 AIIB 설립 책임자로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감독이사회의장과 ADB 부총재를 역임한 진리췬(金立群)을 임명한 상태다. 아직 공식 출범까지는 논의 내용과 각종 절차가 남아있지만 만약 중국의 구상이 상당 부분 실현된다면 AIIB는 자본금 1600억 달러 가량의 ADB에 맞먹는 거대 신흥 투자은행이자 중국의 입김이 절대적인 기관으로 출범하게 된다.

▲ 미·중 사이에 낀 한국의 고뇌

“한국이 AIIB 창립회원국으로 참가하기를 희망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의 AIIB 설립 구상은 시의 적절한 시도다. 한중 정부간 협의결과 감안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
“AIIB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분명히 넘어야 할 문턱이 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

중국이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AIIB를 놓고 미·중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그 사이에 낀 한국은 부심하고 있다. 앞서 7월 시진핑 주석은 방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국의 AIIB 가입을 직접 제안했다.

중국으로선 한국의 가입 여부가 AIIB 성패를 가를 주요 변수다. 한국과 호주가 참여하지 않으면 AIIB는 상대적으로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들로만 구성돼 중국이 원하는 위상을 갖추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의 AIIB 창설은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미국은 중국이 AIIB를 통해 ADB의 위상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보면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시드니 사일러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앞서 7월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IIB가 세계은행이나 ADB처럼 높은 수준의 지배구조와 환경, 사회적 세이프가드를 갖출지 미지수”라며 한국의 신중한 판단을 당부한 바 있다. 미국과 우방국인 한국의 AIIB 참여가 그렇게 쉽지 많은 않은 이유다.

하지만 미국이 마냥 반대만 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현재 미국 등 선진국 주도의 ADB나 세계은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의 세계은행이나 ADB 기금 규모로는 거대한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구축에 한계가 있기 때문. ADB는 2020년까지 아시아 지역 개발 투자에 8조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2009년 추산했으나 ADB와 세계은행이 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상무부 연구원 국제시장연구부 바이밍(白明) 부주임은 "부족한 인프라 설비가 아시아 발전에 주요 장애가 되고 있다"며 AIIB 설립은 아시아 인프라설비 건설 자금부족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ADB에서 지위가 미약했던 한국이 AIIB에 가입할 경우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고 향후 중국과의 더 많은 경제 협력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주도의 ADB와 달리 아세안 러시아 몽골 등 회원국이 될 AIIB에서 한국이 개도국 ‘형님’으로서 AIIB가 추진하는 인프라 개발사업 투자를 주도할 수 있다. ADB와 AIIB 동시 가입에 따른 아시아 외교 중재자 역할 강화 효과, AIIB의 북한 인프라 투자 지원에 따른 한반도 통일비용 절감 등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게 한국의 AIIB 가입을 찬성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중국이 AIIB 지분의 50%를 주장하고 있는 데다가 상임이사회 설치를 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내비쳐 중국의 독주가 우려된다는 것. 중국은 최근 총회, 집행부, 비상임이사회 형태로 AIIB 지배구조를 구성해 투자 관련 의사결정은 최대 주주인 중국 정부가 지명한 집행부에 맡긴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ADB 등은 지분이 많은 나라의 일방적 결정을 막기 위해 상임이사회를 두고 견제하지만 AIIB는 상임이사회가 없어 중국이 모든 사안을 마음대로 처리해도 견제할 장치가 없는 셈이다. 이럴 경우 한국이 중국 다음으로 AIIB 2대 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돈은 돈 대로 내고 실리는 못 챙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이 AIIB 참여 전 중국에 출자지분이나 의사결정 구조 과정에서 ADB나 세계은행처럼 국제 다자개발은행으로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갖추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금융패권 행보

최근 G2로 성장한 중국은 자국 주도 국제금융기구 설립하며 미국 등 서방 주도 국제금융질서에 도전장 내밀고 있다.

중국이 현재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AIIB 설립뿐만이 아니다. 이미 지난 7월 15일 브라질에서 열린 제6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중국 주도 아래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회원국들이 신개발은행(NDB) 설립 협정에 서명했다.

신개발은행은 브릭스판 세계은행으로 본부는 상하이(上海)에 초대 총재는 인도가 맡기로 했다. 오는 2016년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초기 자본금으로는 5개국이 100억 달러씩 총 500억 달러를 출연하고, 이후 7년 동안 1000억 달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브릭스 회원국은 1000억 달러 규모의 위기대응기금(CRA)도 설치하기로 했다중국이 가장 많은 410억 달러, 브라질·러시아·인도가 각각 180억 달러를 내고 나머지 50억 달러는 남아공이 분담한다. NDB가 세계은행에 대응하는 것이라면 CRA는 IMF와 흡사한 기능을 하는 셈이다.

이밖에 중국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상하이협력기구(SOC)개발은행 설립도 추진하는 등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국 주도의 새로운 국제 금융기구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주도의 현 국제 금융질서 안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중국이 새로운 국제금융 질서를 재편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그 동안 중국은 4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본, 서구 국가의 견제 탓에 세계은행이나 ADB의 지분과 발언권을 확대하는 데 제약을 받아왔다.

실제로 중국 주도 NDB 설립에 대해 미국 현지에서는 “미국이 지배하는 IMF와 WB에 대한 반발(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미국에게 전례가 없던 매우 중대한 도전이다(미국 경제정책연구소)”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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