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일에만 분개하는가' 연극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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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1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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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드림플레이 테제 21, 11월 4일 개막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시인 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1965)다.  이 시의 첫 소절 '왜 나는 조그마한일에만 분개하는가'를 제목으로 한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드림플레이 테제21’과 공동 제작으로 오는 11월 4일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개막한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시인 김수영의 일대기 재현이 아니라 김수영을 매개로 한국 현대사와 동시대가 만나는 지점, 예술가와 우리 자신이 만나는 순간을 다큐멘터리 드라마 형식으로 풀어낸다. 연극과 현실을 넘나드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시인 김수영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한 연극이다.

 연출을 맡은 김재엽(41· 극단 드림플레이 대표)은 “김수영의 시는 우리에게 자신으로 살고 싶은 소망을 들여다보게 만든다”며 “우리 안의 김수영을 만나게 되는 순간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발견할 수 있도록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를 통해 ‘2013 동아연극상 작품상ㆍ희곡상’과 ‘2013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등 연극계의 주요상을 수상한 바 있는 김재엽의 <장석조네 사람들>(2011), <풍찬노숙>(2012)에 이어 남산예술센터에 세 번째 작품이다.

 

  연극뿐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 강신일(강신일 역)을 비롯해 <알리바이 연대기>에서 ‘재엽’ 역을 맡은 배우 정원조(재엽, 원조 역)와 오대석(김수영 역)이 출연한다.

 끊임없이 ‘자유’를 노래하고 갈구했던 김수영을 통해 작가와 배우들은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21세기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 반복되는 역사를 통해 오늘을 이야기하고, 현실 앞에 자신들을 드러내어 극장에 모인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자 한다. 문학과 연극의 경계를 지우고, 통합적인 인문학적 관점에서 시대를 이야기하는 새로운 시도다. 관람료 전석 2만5000원.(02)758-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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