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한의사만 의료기기 사용 금지…환자들에게 피해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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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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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

사진=남궁진웅 기자(timeid@ajunews.com)


“면허를 가진 의사 가운데 유일하게 한의사만 의료기기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는 결국 환자들에게 큰 피해로 돌아오고, 한의학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데도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53·사진)이 최근 취임 1년 맞았다. 협회 사상 첫 직선 회장인 그는 지난 1년간 한의사에게 유독 불리한 의료법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의료기기 문제도 그 가운데 하나다. 김 회장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이 국민 건강을 크게 해친다며,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12월에는 헌법재판소가 한의사도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결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그는 “의료법은 환자와 국민을 위한 정책인데 사실상 의사를 위해 존재하고 있다”며 “이제부터라도 국회와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의학이 우수한 인적·학문적 토대가 있음에도 국내 사정에 발목 잡혀 세계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데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 회장은 “국내에서 직능 간 갈등으로 한의학 발전이 더딘 사이에 중의학이 정부 지원 아래 세계 전통의학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헌재 결정에도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논란은 여전하다.

- 의료인이 진단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의료기기를 사용했다고 법정에 서야 했다. 한의대에서는 생리학·해부학·약리학·병리학 등을 배운다. 서양과학 교육 비중이 30~50% 정도다. 한의사들은 환자를 볼 때 한의학적인 관점은 물론 서양과학으로 판단하는 것도 훈련돼 있다.

▲ 한의계가 의료기기 사용을 요구하는 이유는.

- 한의학으로 치료가 가능함에도 근거가 부족한 질환이 있다. 의료기기는 진단과 함께 치료 효과를 증명하는 데도 쓰인다. 모든 의료기기 사용권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안전성이 확보된 저용량 엑스레이, 초음파 기기 등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의료법은 환자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현행 법은 국민을 배제한 채 의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 한의학 경쟁력 측면에서도 첨단 기기의 사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 동·서양 의학이 통합하면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더구나 한의학은 우수한 인적 인프라와 학문적 토대를 갖고 있다. 두 학문이 협력해 나간다면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timeid@ajunews.com)


▲ 양방에서 추진하고 있는 양·한방 의료일원화와 같은 맥락인가.

- 한방과 양방은 일원화가 안되는 학문이다. 한방은 거시적인 의학이고, 양방은 미시적인 측면이 강하다. 미국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존스홉킨대·메릴랜드대 등 현지 유수 대학병원들이 초기에는 양·한방 통합을 추진했지만 최근에는 협진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아쉽게도 협진센터의 한방 진료는 중국의 중의사들이 맡고 있다.

▲ 미국 협진센터에 한의사가 없는 이유는.

- 한의사가 처음부터 배제된 것은 아니다. 미국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하려면 현지 의사면허가 필요하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한의사들이 미국의사면허를 취득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사협회와 미국 의사협회가 한의사의 응시 자격 박탈을 요구해 시험 자체를 치를 수 없게 됐다.

▲ 중의학은 자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 중의학의 선전은 중국 정부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중국은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중의학을 가치있는 학문으로 보고 국가 차원에서 양성했다. 90년대 초부터는 호주 등 22개국에서 중의학 유학생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중의사들이 세계 전통의학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전통의학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전세계 한약제제 시장만 해도 오는 2050년 5조 달러(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양의사들의 방해로 전통의학 시장에서 인지도가 매우 낮다.

▲ 한의학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어떤 사업을 추진 중인가.

- 해외에 한의학을 알리는 데 나서고 있다. 러시아가 주요 목표다. 중국 정부가 러시아에 중의학을 전파하려고 했지만 외교적 문제로 실패했다. 반면 한의학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올 2월 러시아 방문 때 현지에서는 서양의학의 한계를 체감하고 있었다. 현지 병원·대학 관계자들에게 한의학을 익힐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제안해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빠르면 9월부터 현지 대학에 한의학 과목이 개설된다. 키르기스스탄·슬로바키아도 같은 의사를 전해왔다. 향후 한의사의 전문직 인정법 제정이 필요하다. 이 단계는 정부대정부(G2G)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대형 스포츠 행사 참여도 적극 고려 중이다. 올해 9월에는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 여러 보건단체와 함께 의료영리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정부가 내놓은 의료영리화 정책이 사실상 한의계에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민 관점에서 보면 다르다. 의료기관의 영리 자법인 허용은 의료양극화를 불러온다. 의료시장 개방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안된다. 이익단체를 맡고 있지만 국민에게 나쁜 정책에 대해서는 침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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