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G2 권력충돌> 갈림길에 빠진 미·중, 새로운 협력 vs 구조적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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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1-0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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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신화사>



아주경제 이규진·배인선 기자= 새 권력의 부상인가, G-Zero(리더십 부재) 시대의 도래인가. 동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막강한 경제력을 앞세워 외교적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7%대 경제성장률을 지속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익을 우선적으로 챙기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팽창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경제력 및 군사력이 크게 신장되면서 미국과 힘의 대결을 펼쳐도 뒤지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궁지에 몰렸던 미국도 막대한 자산 매입을 통해 경제난을 타개하고 중국의 행보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기 맞서면서 중간에 끼인 한국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신중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과 한국의 미래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권력을 지키려는 미국, 뺏으려는 중국

지난해는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기 위해 상대방을 관찰하는 탐색기였다. 중국은 갈등을 피하고 상호 협력하자는 의미의 신형(新型) 대국관계를 제안했고 미국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두 국가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은 어느 한 쪽이 머리를 숙일 때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세계 최강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중국은 숙명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관계다. 권력을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대결인 것이다.

미국의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 카드를 꺼내들었다. 집권 초기부터 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을 피력해 왔으며 재선에 성공하면서 이같은 기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명목상 아시아의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은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몽골 등 중국을 에워싸고 있는 모든 국가와의 협력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해군력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는 등 중국 봉쇄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문제는 재정 여력이 이같은 전략을 감당할 수 있을 지 여부다. 미국은 향후 10년간 4870억 달러의 국방비를 삭감해야 할 처지다.

중국도 경제력을 활용한 군비 증강에 힘쓰는 등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겠다는 각오다.

외교 전략도 궤도 수정됐다. 전통적인 외교 정책인 도광양회(韜光養晦 숨어서 몰래 힘을 기른다)에서 벗어나 주동작위(主動作爲 해야할 일은 주도적으로 한다)를 새로운 노선으로 설정하며 위상에 걸맞게 국익을 지키려는 적극적 개입주의로 돌아섰다.

신화통신은 중국 외교의 3대 키워드를 △중국의 꿈(中國夢) △신형 대국관계 △정확한 의리관으로 정리했다.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신형 대국관계를 제안했다. 기존 강대국인 미국과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이 충돌하지 않고 평등의 기초 아래 서로 존중하고 핵심이익을 보호해 윈윈(Win-Win)하자는 주장이다. 사실상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39개국 가운데 23개국이 ‘중국은 이미 세계 최고 강대국이 됐거나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미국과 교역하는 국가는 76개국이지만 중국은 124개국과 교역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은 북한에 에너지의 90%, 소비재 상품의 80%를 제공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수단, 앙골라, 콩고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정치적으로는 이란,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과 밀접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권력충돌 ‘아시아 패러독스’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고 있는 지역은 동북아시아다. 중국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직접적으로 표출됐다. 미국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내에 B-52 전략폭격기를 띄우면서 중국의 독단적인 행동을 경고했다. 중국 측에 비행 계획을 사전 통보하지 않으면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남중국해 등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겠다고 밝혀 향후 갈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모두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무력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면서 오바마 정부가 기존 아시아 정책의 뼈대에 살을 붙여 나갈 수 있는 계기를 줬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외교력과 경제력를 앞세운 소프트파워보다 군사력인 하드 파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아시아 패러독스(역설)를 심화시킬 수 있다. 아시아 지역 내 경제협력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지만 반대로 안보와 치안 상황은 점점 더 불안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군비 경쟁은 불필요한 지출 확대로 이어져 역내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올해는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할 지 아니면 구조적인 대결 구도로 돌입할 지 여부를 좌우할 중요한 해다. 지난해가 상대방의 의중을 떠보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더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긴장이 완화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두 국가의 경제적 상호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북한 핵 도발 등을 막기 위한 파트너십 구축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협력과 경쟁을 병행하며 건전한 긴장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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