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차이나타운 24시-중> 비 오는 월요일, 송금의 메카로 변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3-12-10 16:3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지난 9일 하나은행 대림역출장소 외부 전경. 다른 지역의 은행과 달리 은행명을 한자로 새긴 간판과 중국인 전용 창구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가 한 주의 시작을 알리던 지난 9일 서울 대림동.

대림역 인근 은행 지점은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중국인 고객들의 발길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월요일과 금요일’, ‘낮은 환율’, ‘우천’이라는 3가지 대목의 조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직전거래일인 6일 달러당 1058원에 비해 7원 내린 1051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객이 자리를 떠난 뒤 한숨을 돌리려던 창구 직원들은 환율을 문의하는 전화가 잇따라 화장실조차 편하게 갈 수 없다.

대림역 앞에 있는 하나은행 출장소 직원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3시가 되어서야 겨우 밥숟가락을 들 수 있었다.

김미정 외환은행 대림역지점 팀장은 “비가 오는 날은 건설 노동자를 비롯한 일용직 근로자 상당수가 일을 못해 방문 고객이 평소 보다 많다”며 “힘들게 번 돈을 조금이라도 많이 보내기 위해 환율이 낮은 날을 골라 은행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고객을 위주로 영업을 하는 다른 지역의 지점은 중국인 고객에 대한 응대가 미숙하다 보니 대림동 거주자나 인근 공단 근로자뿐 아니라 전국 각지 중국인들이 여기로 몰린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인, 특히 조선족들 사이에서 대림동은 송금의 메카로 통한다.

전남 구례와 경남 하동 사람들이 만나는 곳이 화개장터라면,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던 중국인들이 모이는 대림동은 금융장터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대림동 내부 또는 인근에 지점을 둔 국내 은행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수협은행 등 8곳이다.

이들 은행은 중국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지점을 운영 중인 중국은행, 공상은행과 경쟁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점포망은 지점 12개, 출장소 3개 등 15개며, 출장소는 대부분 중국인들의 접근성이 높은 대림역 부근에 있다.

대림동 시장을 선점해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외환은행 대림역지점의 경우 전체 고객 중 귀화자를 포함한 중국인 고객의 비중이 70% 수준이다.

2년여 전 중국인 고객 특화 점포로 분리된 하나은행 대림역출장소는 중국인 고객 비중이 90%에 달한다.

해당 지점들은 식당이나 공장에서 일을 하는 중국인 고객들을 위해 평일 영업시간을 연장하고, 휴일인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하나은행 대림역출장소의 경우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고객을 맞고 있다.

중국인 고객들의 특징은 동남아시아 출신 고객들과 달리 목돈을 모아 한꺼번에 송금한다는 점이다.

김 팀장은 “동남아 출신 근로자들은 급여를 받으면 곧바로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부치지만, 중국인 근로자들은 100만원, 1000만원 단위로 모아서 송금한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에 있는 가족 중 한 사람이 번 돈으로 생활비를 조달하고, 한국에서 번 돈은 예‧적금에 가입했다 만기가 돌아오면 가족들에게 부치는 것이다.

중국인 고객들의 거래 유형 중 입‧출금의 비중이 송금만큼 높고,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임준영 하나은행 대림역출장소장은 “통상 중국인 고객의 방문은 봄에는 주춤하다 9~10월부터 늘기 시작해 12월에 집중된다”고 말했다.

중국인 고객 대부분이 금융지식 취약계층이다 보니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민원이 제기되곤 한다.

김 팀장은 “중국인 고객이 송금한 돈은 먼저 국내 은행의 중국지점으로 보내지고, 해당 지점에서 고객이 거래하는 현지 은행에 재송금하기 때문에 돈을 인출하기 까지는 2~3일이 걸린다”며 “이를 잘 모르는 고객들이 왜 당일 또는 하루가 지났는데도 돈이 입금되지 않았느냐고 항의할 때가 있다”고 전했다.

임 소장은 “지난 10월부터 중국은행이 전산시스템 문제를 들어 한국계 은행의 위안화 송금 대행업무를 중단해 달러만 송금할 수 있게 되면서 혹시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고객들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계 은행의 진입으로 송금 고객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국내 은행들은 최근 환치기를 일삼는 환전소에 대한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환치기는 한 국가의 계좌에 돈을 넣고 다른 국가에 만들어 놓은 계좌에서 그 나라의 화폐로 지급받는 불법 외환거래 수법이다.

대림동에는 50m당 한 개 꼴로 환전소가 들어서 있을 정도로 많은 환전상들이 영업을 하고 있는 상태다.

김 팀장은 “5년여 전부터 불법인 줄 알면서도 환전소를 통해 송금을 하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며 “은행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관계당국이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