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준익·설경구, 두 사람이 말하는 '소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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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0-0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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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영화의 주인공은 소원이, 이레입니다" 이구동성

이준익 감독과 배우 설경구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이제 상업영화는 찍지 않겠습니다."

이준익(54) 감독이 2년 전 했던 말이다. 그랬던 이준익 감독이 설경구(45), 엄지원(35), 이레(7) 주연의 영화 '소원'(제작 필름모멤텀)으로 돌아왔다. 왜일까?

이준익 감독은 지난달 27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고즈넉한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소재 때문에 복귀한 것이 아니라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을 보고 복귀를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소원은 등교하던 9살 소녀 소원(이레)이 술에 취한 범죄자로부터 믿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을 당한 이후의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사고로 아빠 동훈(설경구)과 엄마 미희(엄지원)는 무엇이 딸을 위한 일인지를 고민하며 소원이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감독이 말하는 소원의 주제의식은 줄거리에서부터 알 수 있다. 보통 성폭행 소재의 영화처럼 범인을 찾아내 통쾌한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닌 상처 받은 가족이,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핵심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작은 어항에 금붕어를 하나 넣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져간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만큼 깨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자극적인 단어 들은 전부 뺐죠. 수많은 피해자들이 이 영화를 볼텐데…. 절대로 그 분들게 이 영화가 또 다른 상처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주제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메가폰을 잡기로 결심했죠."

설경구 역시 "이 영화가 바라는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동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원이 가족이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 고마움, 격려와 주변의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다"며 "끔찍했을 사건에 대한 묘사는 5초도 나오지 않는 이유다. 필요악처럼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감독님이 넣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다음 얘기"라고 설명했다.

영화에 몰입도를 높이는 설경구의 부성애 연기와 엄지원의 절망감에 빠진 엄마의 모습과 더불어 아역배우 이레의 연기는 최고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게 한다. 설경구는 "소원이란 영화가 이준익 감독님한테 간 것은 롯데엔터테인먼트 최고의 선택이었고, 이준익 감독님의 최고의 선택은 이레였다고 생각한다"고 표현했다.

이준익 감독 또한 "설경구의 말이 정확하다. 배우들한테 말했다. 주인공은 이레라고. 배우는 목소리와 눈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레는 오디션 당시 다른 아이들처럼 대사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진짜 소원이처럼 연기한다고 느꼈다. 나중에는 이레 눈만 봐도 눈물이 났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완성된 영화를 본 배우의 느낌은 어땠을까? "시사회 때 보면서 많이 울었고 몸이 떨렸다"는 설경구는 "내 영화인데 눈물이 나겠느냐는 생각에 휴지도 안 갖고 갔다가 영화가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눈물을 닦아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 영화는 클라이맥스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관객들마다 클라이맥스가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소원은 관객들에게 울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슬픈 영화의 모범 답안같은 영화"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그는 "감독이란 최초의 관객이다. 관객들은 2시간여 동안 울지만 저는 촬영 내내 울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 영화는 한 편의 동화"라며 "영원히 동화 속에서 살다보면 좋겠지만 현실은 자본주의다. 현실의 부조리를 이길 수 있는 동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의 "따뜻한 영화를 만들려고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습니다"라는 말처럼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온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너무 따뜻해서 웃으면서도 눈물이 나는 이 영화를 보러갈 때는 꼭 손수건이나 휴지를 준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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