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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허벌라이프가 전국에 3000여개를 운영 중인 다이어트샵(왼쪽)과 정영희 한국허벌라이프 사장. 회사는 정 사장 취임 이후 다이어트샵이 급증하면서 매출이 5년간 6배나 성장했다. |
아주경제 전운 기자 = 한국허벌라이프가 판매원들에게 수천만원의 사업 투자비를 부담케하고 있어 '허벌라이프發 제2의 다단계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본사가 외형 부풀리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판매원들의 피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거센 비난도 함께 쏟아지고 있다. 때문에 업계는 과거 제이유 사태와 같은 '다단계 대란'이 또다시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허벌라이프 판매원들은 최근 11번가·지마켓 등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본인이 구입한 제품을 절반 가격 이하에 판매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4000만원 가량을 투자해 다이어트샵인 뉴트리션클럽을 오픈했지만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폐업, 재고 상품을 온라인에서 '땡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허벌라이프의 판매 1위 제품인 '뉴트리셔널 쉐이크 믹스'는 소비자 판매가격이 5만1500원이지만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2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판매 2위 제품인 '퍼스널 단백질 포뮬라3' 역시 소비자 판매가는 5만3600원이지만 온라인에서는 3만6000원에 팔리고 있다. 6만3200원인 '인스턴트 허벌베버리지'도 3만7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본사와 논의한 후 수천만원을 투자해 뉴트리션클럽을 오픈했지만 예상과 달리 판매가 저조하자 폐점 과정에서 울며 겨자먹기식 땡처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다이어트숍이 3000여개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상황이라 자칫 사회문제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4000만원짜리 매장이 3000개면 1200억원 규모다.
더 큰 문제는 한국허벌라이프 본사가 샵 오픈 조건을 정해 판매원들의 경쟁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실제 뉴트리션클럽 오픈 자격을 얻으려면 판매원들은 특정 직급 이상에 도달해야 하고, 최소 500만원 이상의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샵 권리금·보증금·인터리어 비용·쇼핑몰 구축 비용·월세까지 합치면 대략 3000~40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특히 다단계판매의 고질적 병폐인 '특정 직급 유지를 위한 지속적인 물건 사기'를 견디지 못하고 재고를 떠안은 채 폐업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어 심각성이 더하다. 과도한 투자비로 1차 피해를 입은 판매원들이 재고를 땡처리하면서 2차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셈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다이어트샵 오픈 후 1년도 안돼 문을 닫은 최 모씨는 "사업 비전에 대한 본사의 설명을 듣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는데, 결국 수천만원의 빚만 지고 문을 닫게 됐다"며 "1000만원 이상 구입한 제품을 처리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5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북 경산의 사업자 정 모씨도 "14개월 간 뉴트리션클럽을 운영하다 수천만원의 빚을 지게 돼 결국 가정불화로 남편과 이혼하게 됐다"며 "그나마 빚을 갚기 위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재고를 땡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벌라이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을 준수하기 위해 재판매 가격에 어떠한 제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며 "판매원들이 무리하게 제품을 구매해 과다한 재고를 보유하지 않도록 교육을 실시하고 내부 규정을 정해 놓고 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현장의 판매원들은 "다이어트샵을 운영하다 보면 수개월간 제품을 보유하고 있어 법적으로 가능한 청약철회 기간인 3개월을 지나게 돼 사실상 반품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뉴트리션클럽 관련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 김관주 특수거래과장은 "부서를 맡은지 얼마되지 않아 상황 파악이 될때까지 공식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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