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는 24일(현지시간) 미 정치권이 주말 내내 이어진 협상에서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금융시장의 인내력이 바닥을 드러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백악관과 의회 지도부는 아시아 금융시장이 열리기 전인 24일 오후 4시(한국시간 25일 오전 5시)까지 부채한도 증액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협상은 재정적자 감축안에 대한 이견으로 여전히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고, 시장에서는 미 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인 8월2일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장 인내력 25일 바닥?…亞 시장 초긴장
로이터는 미 정치권의 '치킨게임'이 결국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을 장악할 경우, 미 국채와 달러화에 대한 투매 압력이 고조돼 미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미 기업들의 경기 전망을 악화시켜 안 그래도 취약한 미 경제를 더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로이터는 시장의 인내력이 25일 바닥날 수 있다며, 이는 미 국채 투매는 물론 증시와 머니마켓펀드, 고위험 자산시장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자극해 세계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미 의회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을 두고 힘겨루기를 했을 때 빚어졌던 혼란이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2008년 9월29일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이 하원에서 부결되자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777.68포인트 폭락했다. 하루 기준 사상 최대 낙폭이었다.
크리스찬 쿠퍼 제프리앤드코 미 채권 파생상품 부문 책임자는 "(25일 열리는) 아시아시장이 아수라장이 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며 "앞으로 12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합의안도 변수…적자 감축 대책 나와야
합의안의 내용도 시장에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향후 10년간 재정적자를 3~4조 달러 감축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채택될 가능성이 낮다. 미 의회는 공화당이 제안한 대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우선 1년간 국채 발행 권한을 주고, 민주·공화 양당 대표들이 장기적인 재정적자 감축에 대한 논의를 벌이는 '투스텝'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 의회가 공화당이 추진하는 임시안에 최종 합의하면 '트리플A(AAA)'인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건전성을 회복할 장기적인 계획이 도출되지 않는 한 최고 등급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30년 만기 미 국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디폴트 사태에 빠지거나 신용등급을 강등당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려, 미국의 장기적인 재정 통제 능력에 대한 불신을 사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미국의 단기 국채는 그만큼 시장 규모와 유동성이 큰 투자 대안이 없는 만큼 대혼란 속에도 랠리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 국채 투매…이번주 국채 입찰 촉각
더 심각한 문제는 미 국채 투매가 이번주 예정된 미국의 국채 입찰 성패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번주 990억 달러의 국채를 시장에 내놓을 예정인데, 전 세계에 유통되는 미 국채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중앙은행들은 이미 미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달러화에도 악재로 작용, 스위스프랑과 엔화가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을 예상하고 있다.
미국 밖 시장도 타격을 피할 수는 없다. 미 국채 투매가 불을 댕긴 불안감은 아시아와 남미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발을 빼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핌코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 정치권의 협상이 수일 내에 반전되지 않으면, 그 여파는 이미 취약한 미국과 세계 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장에서 우려하는 '아마겟돈'과 같은 대혼란은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브라이언 벨스키 오펜하이머앤드코 수석 투자전략가는 "기업들의 재무상태가 탄탄하고, 미 증시의 수익률이 높은 만큼 미 경제로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의 혼란은 단기적인 현상에 불과해 결국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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