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인사이드] 최중경 장관의 발언…수위 넘었다

김선환 경제부 차장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13일 대한상공회의소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납품단가를 후려쳐 단기 성과를 높이려는 기업관료들을 해고해야 한다"고 말해 주위를 술렁거리게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서슬퍼런 최 장관의 발언으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을 것 같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일지 몰라도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 수장의 말로서는 그다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발언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가 '동반성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시장에 보이려고 이 말을 꺼냈겠지만, 최 장관의 그동안의 언행에 비추어볼 때 이 같은 명분은 상당 부분 퇴색되고 만다.

최 장관이 시장과 개별기업에 대한 엄포성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유사의 원가구조를 직접 들여다 보겠다면서 의욕을 드러냈던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 결과는 헛다리만 짚은 채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3%의 영업이익도 적지 않다"는 최 장관의 발언에 대한 논란 또한 여전하다.

정유4사가 일제히 가격인하를 발표했지만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통해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런 논란을 자초했던 그가 이번에는 기업의 경영부분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하는 식의 발언을 또다시 토해냈다. 최 장관은 취임 직전 열렸던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정치인들로부터 공히 '최틀러(최중경+히틀러)'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공세를 받았었다.

당시 최 장관은 그다지 내켜 하지 않으면서도 '소신을 갖고 있는 공직자'라는 긍정적인 뜻도 있는 것 같다고 애써 자위했었다. 백번을 양보해 그렇다 쳐도 이번 발언은 여전히 그가 왜 '최틀러'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스스로 자인한 꼴이 됐다.

그리 달갑지 않겠지만, 시장에서는 그의 관치의식에 대해 여전히 경계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어쨌든 시장에 맡겨야 한다. 정부가 자꾸 기업의 경영과 영업방침을 간섭하려 하면 시장은 장기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과 설전을 벌였던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은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다. 최 장관은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강력한 반대입장을 편 바 있다. 스스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물론 여론의 뭇매로 사퇴 압박을 받기까지 한 정 위원장이 직을 계속해야 한다고 힘을 실어주긴 했지만, 아직도 양자간 감정의 골은 씻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장관은 초과이익공유제가 기업간 적용해야 할 사항이 아닌 사내에서 해결돼야 할 사안이라고 시장경제 논리를 설파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여과없이 기업의 영역을 침범하는 듯한 발언을 토해낸 데 대해 이율배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직도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팔 비틀어 '성의를 표시'하기를 바라고 있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최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은 '비즈니스 프렌들리' 하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약속을 다시금 되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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