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서 아름답고, 불편해서 더 즐거운 슬로시티 장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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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0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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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 때면 육지와 연결되는 남포마을 앞 소등섬은 정월 대보름 동제를 지내는 곳이다. 소나무 너러로 붉게 물드는 서해 낙조가 일품이다.

(아주경제 윤용환 기자)  전라남도 장흥은 느려서 아름답고, 불편해서 더 즐거운 슬로시티의 고장이다. 유치면 일대와 장평 우산지구는 아시아 최초로 ‘느리게 살기’ 슬로시티(Slow City)국제 인증을 받은 곳이다.

슬로시티 장흥은 화려한 볼거리를 내세우기보다는 속 깊은 전통문화와 은은한 여유가 더 아름답다.

특히 장흥은 문학의 고장이다.

장흥은 가사문학의 효시인 ‘관서별곡’의 기봉 백광홍 선생부터 한국 문학의 거목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까지 수십여 명의 문인들이 한국 문학의 큰 획을 그은 작품들을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이 같은 토양 덕분에 장흥에는 이청준 생가와 천관산 문학공원 등 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들이 많다. 2008년 지식경제부에서는 장흥을 전국에서 최초로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하기도 했다.

장흥 문학여행에서 발길이 가장 먼저 닫는 곳은 회진면 진목리 갯나들 마을에 있는 이청준 문학자리다. 고인의 2주기를 맞아 마련된 곳으로 가로 세로 7m 크기의 돌판 위에 넓은 너럭바위와 글 기둥이 사이좋게 서 있다. 고개를 들어 문학 자리 앞을 내다보면 ‘눈길’ ‘선학동 나그네’의 무대가 됐던 드넓은 득량만이 펼쳐져 있다.

장흥군 대덕읍 천관산 중턱 탑산사 아래에 위치한 천관산 문학공원에 들어서면 먼저 국내 유명 문인들의 육필과 메시지를 소장한 15m 높이의 문탑(文塔)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천관산 중턱 탑산사 아래에 위치한 문학공원에는 이청준을 비롯해 박범신, 양귀자 등 유명 작가들의 주옥같은 글들을 자연석에 새겨놓은 비석이 층층이 세워져 있다.

또 천관산 기슭의 자연숲을 활용해 자연석에 문인들의 글을 새겨 넣은 50여개의 문학비를 늘어서 있다. 장흥군은 앞으로 2, 3차의 사업을 계속 진행해 천관산을 명실 공히 국내 제 1의 문학비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작가들의 마을공동체인 인암마을은 장흥과 영암의 경계인 국사봉(해발 614m)기슭에 터를 내린 산골마을이다. ‘인암’이라는 이름은 마을 앞에 있는 큰 바위 생김새가 도장처럼 생겼다하여 도장 인자(印)와 바위암(岩)자를 써 인암(印岩)이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큰 마을 9가구 작은마을 6가구 총 15가구가 주로 한봉과 매실을 키우며 살고 있다. 화가·시인·조각가 등 예술 활동을 하는 몇몇 동호인들이 마을공동체를 이뤄 ‘작가촌’으로 불린다.

장흥에는 오감으로 자연을 즐기는 다양한 체험 마을들이 많다.

장수풍뎅이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장수풍뎅이마을’, 직접 키운 콩으로 메주를 빚고 청국장을 뜨는 가지산 작목반 마을, 지렁이 농법으로 농약 없이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우산 슬로월드 사람 등 장흥의 ‘느린 삶’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장수풍뎅이가 되고 싶은 애벌레의 꿈을 닮은 반월마을은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버린 폐목을 먹고 자란 장수풍뎅이의 천국이다. 장수풍뎅이는 애벌레 때 삭은 폐목을 먹고 자라다 성충이 되면 소나무 수액을 먹는다.

6월부터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변태(變態)를 한 후 교미를 하고 알을 낳고 9월쯤 죽는다. 여름이면 장수처럼 위풍당당한 수컷 장수풍뎅이들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장수풍뎅이 외에도 사슴벌레, 장수하늘소, 반딧불이, 가재, 물방개 등 청정 환경에서 자라는 생물 등을 볼 수 있다. 매년 7월말 장수풍데이 축제가 열린다. 장수풍뎅이 생태관찰과 표고버섯 따기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청국장 봉덕마을에서는 청국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직접 만든 청국장을 가져갈 수 있다. 또한 체험장 한편에서는 가지산 전통마을 주민들이 직접 표고버섯과 주민들이 채취한 산나물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봉덕마을은 가지산, 봉덕계곡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자랑이다. 슬로시티 방문자센터, 천년고찰 보림사, 비자림 숲 산책로, 분재 수석전시관, 농촌사랑체험관, 가지산 청국장마을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시설을 갖추고 있다.

친환경 농업단지인 월암 마을은 건강보조 식품으로 주목받고 어성초로 유명하다. 2만여 평의 농지에 어성초와 녹차, 삼백초, 작두콩을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다. 어성초는 직접 가공공장을 설치해 캔 차와 발효원액을 생산하고 있다.

한옥마을 신덕마을에는 슬로시티 한옥민박단지 8동이 조성돼 있다. 민박단지 주변에는 비자나무아래 야생녹차 체험산책로와 외갓집에 온 듯 한 월암마을 돌담길, 소나무 숲속의 표고버섯 재배단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전통 한옥 주거문화와 함께 슬로라이프 체험의 장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농가들은 체류형 관광객 유치와 함께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를 위해 유기농법과 순환농법으로 표고버섯, 콩, 생약초 등을 재배하며 메주를 생산한다.

장흥의 자랑 천관사는 창건 연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동국여지승람에 통일신라시대 통영화상이 세웠다고 전해진다.

승보사찰 송광사의 말사로 예전에는 화엄사라 불리며 89개의 암자를 거느리고 1000여명의 승려가 수도하던 곳이다. 1963년 극락보전을 다시 세우고 요사채와 종각 등을 짓고 천관사로 다시 문을 열었다.

현재 3층 석탑(보물), 석등, 5층석탑, 탑산사지석등(도지정 문화재)을 보유하고 있다. 천관산의 절경과 함께 많은 전설 을 가지고 있어 등산객과 불교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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