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인사이드] 상처만 남은 한·미FTA 추가협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의가 결국 경제적 외교적 상처만 남긴 채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다. 한·미 양국정상은 11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FTA 합의연기를 발표했다. 앞으로도 계속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약속을 했다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애초에 추가협의요구를 받아들인 자체가 우리 정부의 대미 굴욕외교전략을 노출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급조하다시피 한 협의였다는 점에서 예고된 일이었다. 당장 야권이 강력반발하고 있다.

한미FTA에서 자동차 추가 협의 문제는 사실 우리에게 그다지 득이 될 수 없는 사안이다. 현재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수입관세율은 8%인 반면 우리의 대미 수출관세는 3% 수준이다. 중장기적으로 국산 자동차보다 미국산 자동차 값 하락폭이 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양국 관세가 철폐될 경우 미국산 자동차의 대한(韓)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내수가 줄어들 수 있다.

물론 일도양단(一刀兩斷) 식으로 해석할 일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도 가격 하락폭만큼 늘어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FTA가 양국간 '윈윈'효과를 거두게 하려면 공정한 협상이 전제돼야만 한다. 그런데 관세 문제에 더해 미측은 자동차 안전기준과 배기가스 기준 등이 비관세장벽이라는 것을 근거로 이에 대한 완화를 요구해 왔다.

여기에 느닷없이 미측은 쇠고기 문제까지 걸고 넘어지는 오만함을 보였다. 분명한 불공정협상이 아닐 수 없다.  현 정부의 진퇴까지 고민해야 했던 촛불시위 사태의 발단이 SRM(광우병특정위험물질)을 포함한 30개월 미만 쇠고기 전면수입 요구에 기인했었음을 모를리 없음에도 이를 제기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우리 정부의 협상 태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협상이라는 것은 애시당초 서로 '주고받는' 게 있어야 이뤄진다. 쇠고기는 그렇다치고 이번 자동차 추가 협의에서 우리 정부가 미측에 어떤 요구를 했다는 것을 들어본 일이 없다.

통상전문가들은 추가협의가 불가피하다면 미측이 요구하는 의제만을 테이블에 놓을 게 아니라 우리측 역시 독소조항으로 불려온 의제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게 한미FTA 협정문에 포함돼 있는 한시적(1년) '금융세이프가드' 조치다. 한미FTA가 체결됐던 2007년 당시에는 미국 금융체제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인식됐지만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이미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게 입증된 바 있다. 상황이 달라진 만큼 우리 역시 이 문제를 자신있게 꺼내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개발도상국들도 경쟁적으로 대규모 외자유입에 따른 자국 금융교란 규제에 적극 나서고 있어 이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국가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투자자-국가간 소송제(ISD) 문제 또한 지금껏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투자유치를 위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만 제소권을 부여함으로써 내국인과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음을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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