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맛'휴가 끝난 조선사…노사현안 산적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여름휴가가 대부분을 지난주에 종료돼 이번 주부터 정상조업에 들어간다. 원활하게 매듭지은 올 '임단협'으로 두둑한 휴가비를 챙긴 만큼 '꿀맛' 같은 휴식을 마치고 일터에 복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 제도, 사내하청 근로자의 지위 등 굵직한 노동현안이 남아 있어, 조선업계의 하반기 노사관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2일 대법원 판결로 불거진 사내하청 근로자의 지위 문제는 조선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원청회사 사업장에 들어가 일하는 사내하청업체 직원이 해당 회사의 노무지휘를 받으면 사실상 파견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원청회사 작업장에서 대형 블록 등을 제작하는 조선업종 특성상 이번 판결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쟁점사항으로 꼽히는 것은 △하청업체 업무 감독 △원ㆍ하청업체 인근지역 작업 △원ㆍ하청업체 근로자 임금격차 및 복리후생 △하청업체 기계, 설비, 기자재 사용 등이다.

현재 대형 조선업체 대부분은 사내기술유출 보안과 산업안전조치를 목적으로 하청업체 직원들에 대한 감독 및 출입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세계 1위 선박건조 기술을 보유한 만큼 보안 유지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업무를 총괄ㆍ관리하기 위해 관리책임자를 지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업종 특성상 고정된 작업 장소가 없이 수시로 이동하며 작업을 진행해야 하고, 동일 공정 내에서 여러 유형의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짐에 따라 원ㆍ하청업체 직원간 근거리 작업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하청업체 직원들의 급여 및 복리후생도 논란거리다. 물론 하청업체 직원들의 급여가 원청업체 직원들의 80% 수준에 달해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불만의 목소리는 높지 않다. 반면 근로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점은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의 한 직원은 "조선시황이 예전보다 좋지 않아 하도급 업체에 대한 복리후생 지원차원의 납품단가 조정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밖에 하청업체들의 영세성으로 원청업체의 일부 고가 장비나 대형 기자재 및 설비 등을 사용한 점도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

노동부가 지난 2008년 고용보험에 등록된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을 조사한 '사내하도급 현황'에 따르면 조선업체들의 사내하청 근로자 비율은 55%(7만9160명)에 육박, 1위를 기록했다.

업체별로는 현대중공업이 1만5000여명,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이 1만여명의 사내하청 직원을 두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450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한편 타임오프제 역시 조선업체들의 '골칫거리'다. 대우조선은 지난 16일 올 임단협에 합의했지만, 타임오프제 적용방안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대우조선 노사는 별도의 기구를 구성해 추가 논의키로 했다. 개정 노동법에 따르면 현재 27명인 대우조선의 노조 전임자수는 11명으로 줄여야 한다. 노조 전임자수를 10명에서 5명으로 줄여야 하는 한진중공업은 구조조정과 맞물려 협상테이블 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올 임단협에서 타임오프제가 노사간 최대 이슈였다"며 "사내하청 근로자의 지위 문제는 하반기 노사 관계를 다시 격랑 속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ronman17@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