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이', 10주년 특별공연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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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0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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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김내하)을 사이에 두고 공길(오만석)과 진경(녹수)의 갈등이 점점 깊어진다.
 

“어머니 제가 다 죽였습니다. 흐흐흑…”
연극은 연산의 오열로 시작한다. 산발한 머리에 상복을 입고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죽음을 부르는 연산의 섬뜩한 눈빛은 이내 장녹수의 품에 안겨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울부짖는 애틋한 눈빛으로 변한다.

연극 ‘이’가 10주년 특별공연으로 돌아왔다. ‘이(爾)’는 조선시대 왕이 신하를 높여 부를 때 사용하던 호칭으로, 광대 출신 ‘공길’이 벼슬을 얻어 임금에게서 이라는 호칭을 듣게 된 데서 비롯됐다.

연극 이는 2005년 이준익 감독이 ‘왕의 남자’로 영화화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 초연부터 탄탄한 스토리와 짜임새 있는 구성, 작품성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초연 당시 한국 연극협회 작품상‧연기상(오만석) 등을 수상했다. 이듬해 2001년 공연에서는 동아연극상 작품상‧연기상(김내하, 이승훈), 희곡상(연출 김태웅)을 휩쓸었다.

연극 이는 ‘연산이 광대 중 공길과 남색(동성애) 관계였다’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관객의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기 위한 장치로써가 아니라 연산과 공길의 관계를 단단히 묶고, 녹수와 공길의 갈등을 심화시켜 힘의 대결로 끌고 가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 연극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한다. 우인(배우)이면서 왕의 ‘친구’이자 ‘연인’이기도 한 공길은 희락원의 ‘대봉’이라는 벼슬을 받으면서 권력에 대한 야망을 드러낸다. 하지만 ‘장생’의 죽음을 통해 광대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게 된다.

특히 이번 공연은 우인들의 놀이가 더욱 부각된다. 즉흥적으로 익살과 재치를 부리며 이야기하는 조선시대의 풍자극인 ‘소학지희(笑謔之戱)’를 통해 왕실과 양반들을 풍자하면서 한바탕 웃음을 선사한다.

이번 공연은 특별공연답게 10년의 역사를 함께한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김내하‧전수환이 연산의 카리스마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오만석‧김호영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의 공길 역을 소화한다. 특히 4년 만에 공길로 돌아온 오만석은 이번 무대가 연극 이의 마지막 무대다.

장생 역으로 10년 동안 원 캐스팅으로 무대에 서온 이승훈은 좀 더 자유로운 영혼의 장생을 연기한다. 진경과 하지혜가 야망의 여인 장녹수로 출연하고, 홍내관 역에는 정석용과 조희봉이 더블 캐스팅됐다. 3월 21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티켓 4만~6만원. 문의 02-556-9885.
 
아주경제= 이정아 기자 ljapcc@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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