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손해보험업계의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보험료 인상을 놓고 금융당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보험료를 올리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가 손보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10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최근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9월 초와 비교하면 20% 이상 급등했다. 달러 약세와 이상 한파로 인한 난방수요 증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이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85달러 가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내 100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체감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유가까지 오를 경우 자동차 이용량이 줄어들면서 사고율도 함께 하락하게 된다. 손해율(수입보험료 대비 교통사고 등으로 지출되는 보험금 비율) 상승을 이유로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던 손보업계는 설득력을 잃게 되는 셈이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와 손해율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며 "유가가 급등하는 시기에 보험료를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보업계의 자동차보험료 인상 움직임은 이미 금융당국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금융감독원은 자동차보험료를 올리기 전에 손해율 관리를 위한 자구책부터 마련하라며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삼성화재와 LI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AXA다이렉트 등 일부 손보사는 이달 중 보험료를 인상키로 한 계획을 잠정 철회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손보사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71%를 훨씬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손실을 감수하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고유가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결국 보험료를 올릴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해 경제적 쇼크로 이어질 경우 손해율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최근의 유가 변동폭은 쇼크를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며 "업계에서 보험료율 산정에 유가 요인을 반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제작년 보험료 인하, 지난해 사고율 상승, 외제차 차량담보 손해율 악화 등 보험료 인상 요인이 훨씬 많다"며 "올해도 손해율 악화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보험료 인상 압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보험료 인상이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연구위원은 "보험료가 올리기는 쉬워도 내리기는 어렵다"며 "구조적인 요인에 의한 손실 때문에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단기적인 손해율 변동에 따라 보험료를 올린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업계도 고충이 있겠지만 보험료 인상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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