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정채권추심법에 대한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반복적이거나 야간에 행해지는 방문 독촉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법률이 비정기적인 주간 방문 추심을 합리화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관련 문구를 삭제할 경우 불법 추심의 범위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0일 정치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영선 의원(민주당)은 지난 달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이 발의한 채권추심법 개정안의 핵심은 채권 추심자의 금지 행위를 명시한 9조 2항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또는 야간에 채무자나 관계인을 방문하는 행위'에서 '반복적으로 또는 야간에'를 삭제하는 것이다.
이 문구는 대부업법 등 개별 법률에 흩어져 있던 추심 관련 조항들을 정비해 현행 채권추심법으로 통합하면서 새로 삽입됐다. 시민단체에서는 해당 문구가 야간을 피해 비연속적으로 행해지는 채권 추심 행위를 불법추심행위에서 배제하기 때문에 채무자들의 고통이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카드대란으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된 이후 제2금융권이 전반적으로 방문 독촉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면서 "하지만 채권추심법이 생기면서 방문 추심이 갑자기 늘어나고 피해를 호소하는 채무자들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법안 발의서에 "불법추심행위는 비연속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도 그 행위의 내용이나 정도에 따라 치명적인 결과에 이를 수 있다"며 "이 요건을 삭제하더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요건에 의해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는 보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채권추심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 조항이 '정당한 사유 없이 채무자나 관계인을 방문하는 행위'로 바뀌면 법 해석이 모호해지기 때문에 추심 영업 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방문 추심은 채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향후 가압류 등 법적 조치를 위해 거주지를 미리 파악하겠다는 취지도 있다"며 "정당한 사유라고 하면 결국 고객이 동의해야 방문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부업계 관계자도 "채권자와 채무자가 생각하는 정당한 사유의 기준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개정안이 오히려 더 많은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며 "또 채권추심법 9조는 불법추심행위를 유형별로 정리하는 조항이기 때문에 해석이 명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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