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추모 물결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전국에 186개 분향소가 설치됨에 따라 온나라가 눈물바다가 됐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분향소를 방문한 조문객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믿기지 않는 듯 서글피 울며 애도를 표했다.
◆분향소 인산인해···조문 질서 눈길
임시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헌화 및 추도하기 위해 온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청역 안은 이른 아침부터 모인 많은 인파들로 혼잡했고 끝이 안 보일만큼 꼬리에 꼬리를 문 조문행렬은 시청역 밖까지 이어졌다.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은 지하철 역사에서 기다리던 시민들은 찜통더위 속에 힘든 표정이 역력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숙연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차례를 기다렸다.
시청역 밖은 노 전 대통령을 의미하는 노란색 리본과 서거를 의미하는 검은색 리본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분향소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갈수록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아이 손을 부여잡은 한 여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미어지도록 서럽게 울었다.
김금순(65)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처럼 심장이 벌렁이고 경황이 없다”며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문객들은 하나같이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고 질서정연하게 엄숙한 추모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이 운집했음에도 휴지나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다.
이곳에는 24일 정오부터 조문객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뤘고 인근 시청역 지하 역사까지 줄이 늘어져 조문을 하려면 3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지만 새치기하는 사례는 전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원은 더욱 늘어났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조문을 하려는 빌딩숲 직장인들까지 가세했지만 한번도 질서는 무너지지 않았다.
한 자원봉사자는 "많은 인파가 몰려 3시간 이상 기다리는 동안에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질서를 지키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더위와 기다림에 지친 시민들을 위해 생수를 종이컵에 담아 나눠주는가 하면 조문 줄을 바삐 오가며 "새치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외치는 등 질서 유지에 앞장섰다.
또 분향소 앞바닥에 청테이프를 이용해 '입구'와 '출구'가 확연히 드러나도록 표시를 해놓고 안내 역할을 했고 "통로를 막지 말아 주세요", "출구는 반대편입니다. 돌아가세요"라고 소리치느라 목이 쉴 정도였다.
분향소가 설치된 직후부터 추모행사가 대규모 집회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는 경찰이 전·의경을 대거 배치하는 바람에 시민들과 다툼을 벌이기도 했지만 인도에서 전·의경을 철수시키면서 충돌은 줄어들었다.
◆고인을 위해 써달라며 부의금도···
고인을 위해 써달라며 부의금을 놓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수원시 조원동 민주당 경기도당사에 마련된 분향소에서는 출근길에 찾은 한 40대 부부가 자원봉사자들의 만류에도 부의금을 놓고 가 눈길을 끌었다.
이 부부는 방명록에 '당신은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계십니다. 당신의 승리, 우리가 꼭 지키겠습니다'라고 적은 뒤 조문을 하고 영정 앞에 부의금 봉투를 올려 놓고 자리를 떴다.
민주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에 아무런 준비도 못해 미안하다'며 부의금 봉투를 놓고 갔다"고 전했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이 부의금으로 조화 꽃바구니를 구입해 영정 옆에 두고 부의금을 놓고 간 부부의 뜻을 전하기로 했다.
수원역 분향소에도 전날 50대 아주머니 한 분이 고인과 관련해 기념사업을 하게 되면 써달라며 5만원이 든 부의금 봉투를 놓고 갔다고 자원봉사자들이 전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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