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장님들이 변했다. 즉 기존의 선입견의 벽을 깨고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베일에 쌓여 보이지 않았던 회장들이 직원들이 일하는 현장으로, 스포츠 행사장으로, 인터넷 블로그에서 점차 친숙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던 회장들이 고층의 회장실을 나와 직원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회장들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블로그와 홈페이지 꾸미기에도 열심이다.
회장들은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경영 철학과 방향을 신속하게 임직원들에게 알리고, 말단 직원과도 허물없이 대화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회장들은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취미와 신념, 비젼뿐 아니라 그룹 총수로서의 고민과 사생활까지 거침없이 공개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LS그룹의 구자홍 회장 홈페이지에서는 그룹 회장으로서가 아닌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볼 수 있다.
구 회장의 홈페이지의 '궁금합니다'라는 코너에서는 구 회장이 평소 '즐겨 부르는 노래'와 '좋아하는 음식', '다시 태어나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솔직한 답변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외에도 구 회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가족과 바둑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SK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스포츠 종목 중 핸드볼의 광적인 팬이다.
얼마전 최 회장은 VIP석이 아닌 3루 측 일반석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SK 와이번스를 열띠게 응원했다.
최 회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등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고 있다.
이외에도 최 회장은 '회장과의 대화'를 통해 신입사원, 신임 임원들과 잇따라 회동하고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는 등 직원들과의 벽을 허물기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GS칼텍스의 허동수 회장도 최근 국내외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직원들을 독려하는 등 스킨십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또 허 회장은 지난 10일 열린 어린이 환경미술대회에서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들에게 다가가 직접 격려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은둔의 경영자로 비추어 졌던 회장님들의 행보가 최근 활기가 넘쳐난다"며 "기존의 블라인드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직원들과의 스킨십 경영이 강화되면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98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 프로그램 중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라는 코너는 당시 재벌가의 족벌 세습경영을 빗대어 표현하는 등 당시 CEO(최고 경영자)들의 단면을 거침없이 파헤친 풍자 개그 코너가 있었다.
당시 백발의 회장 역할로 출연한 개그맨 故 김형곤 씨가 턱을 두 번 치면서 "잘돼야 할 텐데" "잘될 턱이 있나"라는 대사에 온 국민이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했다.
이처럼 김형곤 씨가 열연했던 엄격한 회장의 모습은 세월이 지났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각인되어 있다.
이외에도 각종 코미디 프로그램과 드라마, 영화 등에서 보여진 회장들의 모습은 모든 사람들에게 사생활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 은둔의 경영자 혹은 권위적이면서 엄격한 이미지로 굳혀져 있다.
실제로 1970~80년대 기업을 이끌던 선대 회장들의 모습은 회사 직원들이나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을 만큼 신비로운 존재로 부각되어 왔었다.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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