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여대생 살해범 DNA `훼손'..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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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0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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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경기도 화성에서 피살된 여대생의 청바지에서 채취한 정액 DNA는 분석 과정에서 훼손됐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증거로서의 가치가 없었던 것인가.

이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연쇄살인범 강호순(38)이 이 사건에 대한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DNA 샘플은 그가 범인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결정적인 열쇠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는 이 DNA 샘플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은 2004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27일 오후 8시35분께 화성시 봉담읍 와우리 버스정류장에서 노모(당시 21세)씨가 실종돼 46일 만인 12월 12일 실종 지점에서 5㎞쯤 떨어진 정남면 보통리 야산에서 반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당시 시신에서 수백 m 떨어진 곳에서 노 씨의 청바지를 찾아냈고 이 바지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정액 DNA가 검출되자 원형을 보존한 상태의 바지를 국과수로 보냈다.

그 후 국과수는 감정 결과를 경기경찰청 수사본부에 통보했다. 당시 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청바지에서 검출해 분석한 DNA의 염기서열을 통해 그 주인을 특정할 수 있는 `미훼손 상태'였다.

그러나 국과수는 2005년 8월 다시 한 통의 공문을 경기경찰청에 보낸다.

'(화성 여대생 피살사건 용의자 DNA 샘플의) 감정 결과가 국과수의 시험자(분석요원)의 유전자형과 일치, (샘플이)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즉 유전자 분석을 실시하던 국과수 요원에 의해 샘플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그 해 9월 국정감사 자료를 수집하던 당시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에 의해 제기됐다.

권 당시 의원은 "2003년부터 2005년 5월 사이에 발생한 미제사건 중 14건에서 증거물이 국과수 유전자 분석요원(11건), 또는 수사관(3건)에 의해 훼손됐다는 보고를 국과수로부터 받았다"고 밝혀 국과수의 허술한 증거물 관리가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국과수는 "청바지에 묻은 정액에서 DNA 샘플을 추출해 분석하던 중 또 다른 DNA 흔적이 나와 검사해 보니 국과수 시험자의 땀 등으로 추정되는 물질이었다"며 청바지에서 나온 정액 DNA를 훼손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분석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분석요원의 땀이나 침이 청바지에 떨어졌지만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정액에 섞이지는 않았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이번 연쇄살인사건을 수사중인 경기경찰청 수사본부 고위 관계자의 이야기는 이렇다.

이 관계자는 먼저 노 씨의 청바지에서 검출된 정액 DNA를 "2명 이상의 것이 섞인 혼합형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혼합형의 경우 대상자의 범위가 넓어서 분석 결과를 가지고 '이 사람이 범인이다'라고 특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수사자료로서 별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청바지 DNA에 관한 그의 설명은 모두 국과수로부터 통보받은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다.

 따라서 국과수가 온전한 DNA 샘플을 훼손한 뒤 책임을 피하기 위해 처음부터 2명 이상의 정액이 섞여 있었던 것이라고 거짓 결과를 통보해 주면 경기경찰청으로서는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채 진실게임 속으로 묻힌 'DNA 샘플 훼손'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는 국과수만이 알고 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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