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해석은 갈리겠지만 법은 모든 국민과 국가 공동체 전체를 위해 존재하며, 궁극적으로는 정의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능한다고 생각한다.
거대 국가 권력이 소시민을, 대기업이 자영업자를, 권력자가 약자를 억압할 때 약자가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법이라고 생각한다. 법치국가는 법을 통한 사회정의 구현이야말로 현대 민주주의 국가를 지탱하는 근본이다.
그러나 최근 사법부의 행태는 과연 기본적인 원칙을 따르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의 형평성과 정의라는 잣대가 권력의 크기와 신분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드는 현상이 계속 발생하면서 과연 사법부가 법을 통한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있는지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계엄을 모의했던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의 당사자인 군 지휘관들에게 법원은 상명하복의 특수성을 이유로 전원 1심 무죄를 선고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1심 징역 25년에서 2심 징역 9년으로 형량이 대폭 깎였고,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 역시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받으며 형량이 줄어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를 방해해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던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 역시 공소사실 인정과 반성을 이유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을 받았다.
특검이 사형을 구형한 내란 우두머리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지귀연 재판부는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날'이 아닌 '시간'으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고, 결국 윤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해 감형의 길마저 열어줬다. 매관매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 여사 역시 1심 징역 7년에서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김 여사에게 고가 가방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역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법원의 선고는 경미한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일반 소시민들에 대한 판단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잔돈 800원을 착복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해고 처분을 받아 수년간 법정 투쟁을 벌여야 했던 버스 기사, 근무지 냉장고에 있던 450원짜리 초코파이와 600원짜리 과자를 먹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보안업체 직원, 배고픔에 무인가게에서 라면을 훔쳐 먹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시민 등의 사례를 살펴보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명제는 허구처럼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4심제'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법 왜곡죄를 신설하거나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감사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
정치 판결이라는 여당과 시민사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낮아진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속에 조희대 사법부의 행보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내년 6월이면 임기가 종료되는 조 대법원장의 다음 행보에 정치권의 촉각이 쏠리고 있는 형국이다.
눈과 비를 맞아가며 그 차디찬 광장에서 윤석열 탄핵을 외쳤던, 내란에 가담한 계엄군에 대한 엄벌을 원했던, 좀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외쳤던 시민들 목소리에 답하고 있는지 사법부는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지금의 판결들이 약자를 위한 정의를 실천하고 있는지, 아니면 권력자의 법적 책임을 덜어주는 안식처가 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은 권력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패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정의와 신뢰를 지키기 위한 보루다. 법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 순간 법치주의라는 국가적 기틀 역시 힘없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음을 사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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