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베트남, 수출입 1조 달러 시대 개막... 한국산 반도체 의존 '그림자'

  • 삼성·LG 등 글로벌 기업 생산 확대... 전자 수출 1897억 달러 육박

  • 전자 부문은 200억 달러 적자...생산성 개선 '목소리'

사진챗GPT 제작
[사진=챗GPT 제작]


베트남의 수출입 교역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333조원)를 돌파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전자제품 수출이 급증하면서 무역 규모가 빠르게 커졌지만 한국산 반도체와 전자부품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과의 무역적자가 커지면서 수출 호황을 국내 산업의 부가가치 확대로 연결해야 한다는 과제가 부각되고 있다.

1일(현지 시각) 베트남 산업무역부에 따르면 베트남의 올해 1~10월 수출입 규모는 1조106억 달러(약 1345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2.3%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수출액은 4990억 달러(약 666조 원)로 27.4% 늘었으며 10월 교역액은 1222억 달러(약 136조 원)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7.6% 급증했다.

전자제품 수출 급증…반도체 수입 부담에 무역적자 확대

베트남의 무역 확대를 이끈 핵심 산업은 전자제품이다. 지난달 15일 기준 컴퓨터·전자제품·부품과 휴대전화·부품의 합산 수출액은 1896억5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했다. 특히 컴퓨터·전자제품·부품 수출은 1353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65%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에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데이터센터와 AI 연산 장비 수요가 증가하면서 베트남에 생산시설을 둔 삼성전자와 LG, 인텔, 폭스콘, 캐논 등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 활동도 수출 확대에 기여했다.

그러나 수출 실적과 달리 전자산업의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15일까지 컴퓨터·전자제품·부품과 휴대전화·부품의 수입액은 2097억 달러로 수출액보다 약 200억 달러 많았다.


컴퓨터·전자제품·부품에서만 656억9000만 달러의 적자가 발생했다. 휴대전화·부품 부문이 456억7000만 달러 이상의 흑자를 냈지만 전체 전자산업의 수입 초과를 상쇄하지 못했다.

특히 반도체 가격 상승이 수입액 증가에 큰 영향을 줬다.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일부 반도체 가격이 300~500% 오르면서 수입 부담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비해 원재료와 부품 재고를 늘린 점도 수입 증가 요인으로 꼽혔다.
 

그래프챗GPT 제작
[그래프=챗GPT 제작]

 

한국산 전자부품 의존 심화…대한국 무역적자 437억 달러

무엇보다 한국과의 교역에서 전자부품 의존도가 두드러졌다. 베트남 관세당국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69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9% 증가했다. 반면 한국에 대한 수출은 255억8000만 달러로 19.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대(對)한국 무역적자는 약 437억 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양국 교역액은 약 949억 달러에 달했다.

한국산 수입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품목은 컴퓨터·전자제품·부품으로 506억 달러에 달했다. 전체 한국산 수입액의 약 73%에 해당한다. 반면 베트남이 한국에 수출한 같은 품목은 72억5000만 달러로 수입액이 약 7배 많았다.

국내 반도체 수출 호황도 이러한 교역 흐름과 맞물려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국내 전체 수출액은 1152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3.7% 급증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564억4000만 달러로 259.4% 증가해 전체 수출의 48.9%를 차지했다.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에 힘입어 컴퓨터 수출도 496.6% 확대됐다.

한국의 대베트남 수출 역시 증가세를 보였다. 관세청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10월 1~20일 잠정 집계에서 베트남으로의 수출액은 50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6% 늘었다.

다만 베트남의 전체 무역수지는 최근 개선되고 있다. 지난달 약 68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면서 두 달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9월 말 194억2000만 달러였던 누적 무역적자는 10월 말 약 127억 달러로 줄었다.
 

생산성 개선 '목소리'

베트남 내부에서는 수출 증가가 실제 경제성장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제16대 국회 경제·사회 현안 토론에서 레 흐우 찌 의원은 "2027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단순한 투자 확대보다 생산성과 국내 부가가치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응우옌 꾸옥 비엣 베트남국립대학교 경제대학 거시경제연구그룹장도 지난달 31일 현지 공안인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출이 증가하더라도 핵심 원자재와 부품을 계속 수입해야 한다면 국내에 남는 부가가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베트남이 무역 1조달러 시대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산업의 수입 의존 구조는 여전히 뚜렷하다는 방증이다. 외국계 기업들이 수출 확대를 주도하는 반면 현지 기업의 핵심 부품 생산과 공급망 참여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베트남이 섬유 등 노동집약형 산업 비중이 컸던 종전의 경제 구조에서 첨단 산업 비중으로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로 부각되고 있다.

비엣 박사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외국인직접투자 유입과 해외 시장 수요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 국내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베트남은 수출 규모의 확대를 넘어 자국 기업의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높이고 해외 조달 비중을 줄이는 것이 두 자릿수 성장 목표와 함께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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