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폐기물 처리 명령 없이 대집행 후 비용 청구 법률 조항 합헌"

  • 폐기물관리법 49조 2항 3호 중 48조 부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

  • "조치 명령 후 이행 기간 부여하는 것, 오히려 더 큰 위해 발생"

  • 행정대집행 조항 관한 헌재 첫 판단…"배출자 재산권 침해 아냐"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폐기물로 심각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을 때 관할 행정청이 사업자 등에게 조치 명령 없이 대집행한 후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법률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폐기물관리법 49조 2항 3호 중 48조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주물 제조업 등을 하는 A사 등 22개 업체는 지난 2011년 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사업장 폐기물의 처리를 B사에 위탁했다. B사는 위탁받은 폐기물로 성토재를 만들어 전북 익산시에 있는 폐석산에 매립했는데, 침출수가 인근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등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익산시장은 2021년 5월부터 7월까지 폐기물관리법 49조 2항 3호에 근거해 폐석산에 처리된 폐기물에 대한 이적 처리와 복개 공사 등 대집행을 진행한 후 A사 등에 비용을 납부하라고 명령했다. A사 등은 납부 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해당 소송 중 폐기물관리법 49조 2항 3호, 3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다. 하지만 법원에서 기각·각하되자 이들 법률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폐기물관리법 49조 2항 3호는 '대집행 기관이 침출수 누출, 화재 발생 등으로 주민의 건강 또는 주변 환경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등 명령의 내용이 되는 조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긴급하게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48조에 따른 명령을 내리지 않고 대집행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대집행 기관은 명령 대상자로부터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비용을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48조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부적정 처리 폐기물이 발생하면 조치 명령 대상자에게 기간을 정해 폐기물의 처리 방법 변경, 폐기물의 처리 또는 반입 정지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긴급조항 시행 전에 폐기물의 처리를 위탁한 사업장 폐기물 배출자에게 긴급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가혹한 부담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긴급조항은 조치 명령을 생략할 수 있는 경우를 침출수 누출, 화재 발생 등으로 주민의 건강 또는 주변 환경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때로 한정하고, 조치의 일부에 대해서만 대집행을 할 수도 있게 하는 등 그 요건과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며 "또 사업장 폐기물 배출자들은 주민의 건강 또는 주변 환경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기 전에 스스로 폐기물을 제거함으로써 대집행과 비용 징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침출수가 누출되거나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관할 행정청이 조치 명령을 내리고 이행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위해를 발생시키고, 폐기물의 처리를 어렵게 할 수 있다"며 "폐기물을 신속히 제거해 주민의 건강과 쾌적한 생활 환경을 보호하고 폐기물 처리의 지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방지하려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고, 이와 같은 공익은 사업장 폐기물 배출자의 신뢰 이익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2019년 11월 26일 폐기물관리법 49조 2항으로 신설된 행정대집행 조항의 소급입법금지원칙·신뢰보호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 헌재가 처음 판단한 사건이다. 

헌재 관계자는 "폐기물을 보다 신속하게 처리함으로써 환경 오염과 주민 건강 피해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치 명령 없이 대집행할 수 있는 근거가 이 사건 긴급조항으로 마련됐는데, 헌재는 그와 같은 입법 취지와 제반 사정을 고려해 이 사건 긴급조항이 소급입법금지원칙이나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지 않아 사업장 폐기물 배출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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