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민호의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 행사가 돌연 취소됐다. 개막을 불과 며칠 앞두고 벌어진 이례적인 행사 취소에 최근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과 악성 댓글 테러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일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는 7일 오후 6시 50분 열릴 예정이었던 '액터스 하우스: 이민호' 행사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영화제 측은 "예매하신 티켓은 별도의 환불 신청이나 수수료 없이 일괄 자동 취소 및 환불 처리된다"며 관객들의 양해를 구했다.
'액터스 하우스'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을 초청해 그들의 연기 철학과 필모그래피에 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대표 섹션이다. 올해는 이민호를 비롯해 김고은, 류승룡, 주지훈, 김민하가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이민호의 일정만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구체적인 취소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영화 '암살자(들)'의 정치 편향 및 역사 왜곡 논란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고(故)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극 중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사회부 기자 역을 맡은 이민호는 유해진, 박해일과 함께 극을 이끌었다.
논란의 핵심은 영화가 묘사한 암살 배후에 대한 상상력이다. 작품은 문세광의 총이 아닌 대통령 경호원의 총에 육 여사가 맞았을 가능성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암살을 기획했을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남기며 끝을 맺는다. 이에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과 관련 단체는 "명백한 역사 왜곡이자 유족을 향한 패륜적 범죄"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갑론을박은 곧 작품을 넘어 출연 배우들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으로 번졌다. 이민호를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개인 SNS에는 작품 출연 자체를 비난하는 악성 댓글이 쏟아지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앞서 허진호 감독 역시 최근 인터뷰를 통해 "배우들이 악성 댓글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한 바 있다.
'암살자(들)'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통해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 사실을 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 공개된 기록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극영화이자 창작물로 봐달라"고 진화에 나섰으나 비판 여론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한편, 올해로 31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6일 개막해 열흘간의 영화 축제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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