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담] 다시, 판다와 이별할 시간

에버랜드 판다 세컨하우스에 살고 있는 쌍둥이 자이언트 판다 루이바오위와 후이바오아래 사진에버랜드
에버랜드 판다 세컨하우스에 살고 있는 쌍둥이 자이언트 판다 루이바오(위)와 후이바오(아래) [사진=에버랜드]
또 판다가 중국으로 간다는 기사를 쓰게 됐다.

이번에는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다. 에버랜드는 쌍둥이 판다가 오는 12월 셋째 주 중국으로 떠난다고 30일 밝혔다. 정확한 날짜와 지낼 곳은 건강 상태와 기온, 현지 사정 등을 살펴 정한다고 했다.

언젠가는 쓰게 될 기사였다. 중국 밖에서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는 번식이 가능한 만 4세가 되기 전 중국으로 가야 한다. 언니 푸바오도 그렇게 떠났으니 쌍둥이 차례가 올겨울쯤 오리라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

2023년 7월 7일 아이바오가 쌍둥이를 낳았다. 첫째는 180g, 둘째는 140g이었다. 국내에서 자연번식으로 태어난 첫 쌍둥이 판다였다. 이름이 없던 때라 기사에는 '쌍둥이 판다 자매'라고 적었다.

한 달쯤 지나자 분홍빛 몸에 검은 무늬가 올라왔다. 첫째 등에는 아빠 러바오를 닮은 V자가, 둘째 등에는 엄마 아이바오를 닮은 U자가 생겼다. 생후 100일을 사흘 앞두고는 이름도 받았다. 첫째는 '슬기로운 보물' 루이바오, 둘째는 '빛나는 보물' 후이바오다. 결선 투표에만 약 50만명이 참여했다.

첫돌에도, 세 돌에도 기사를 썼다. 지난 7월에는 두 녀석이 중국에 가기 전 전국을 여행한다는 설정의 관광 캠페인 기사를 쓸 때는 제목에 '중국 가기 전에…'를 달았다. 떠날 날이 온다는 걸 알고 쓴 제목이었지만 그때만 해도 먼 얘기 같았다. 그런데 불과 두 달여 만에 그날이 성큼 다가왔다. 12월 셋째 주. 이제 두 녀석을 보낼 때가 석 달도 남지 않았다.

푸바오를 보낼 때도 그랬다. 2024년 4월 3일, 비가 내리던 평일 아침이었다. 한국에서 보낸 1354일의 마지막 날, 에버랜드에는 팬 6000여명이 모였다. 새벽 4시께부터 기다린 사람도 있었다. 푸바오를 태운 차량이 판다월드를 나와 장미원 앞을 지나는 동안 곳곳에서 눈물이 터졌다.

관람객이 푸바오를 마지막으로 본 건 그보다 한 달 전인 3월 3일이었다. 푸바오는 이튿날 검역에 들어갔고, 꼭 한 달 뒤 한국을 떠났다.

이듬해 여름 중국 청두 자이언트 판다 번식연구기지를 찾았다. 푸바오는 그곳이 아닌 워룽 선수핑 기지에서 지내고 있었다. 나무에 매달리고 바닥을 뒹구는 판다들을 한참 보면서 한국에서는 판다 한 마리를 보내기 위해 수천 명이 비를 맞으며 모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푸바오를 향한 관심을 두고는 한동안 '과하다'는 시선도 있었다. 판다 한 마리의 일거수일투족에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느냐는 것이었다. 중국으로 떠난 뒤에도 푸바오의 근황은 뉴스가 됐고 국내 팬들은 현지에서 전해지는 사진과 영상을 찾아봤다.

하지만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가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관심을 단순히 판다의 귀여움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름을 정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시간이 쌓였다. 직접 에버랜드를 찾지 않은 사람도 이름을 알고 성격을 구별했다. 그 시간만큼 각자의 기억도 생겼다.

판다 기사에는 유독 '처음'과 '마지막'이 많이 들어간다. 태어난 날과 이름을 얻은 날, 처음 관람객 앞에 선 날을 쓰다가 중국행 날짜가 잡히면 마지막 공개일과 출국일을 쓰게 된다. 푸바오 때 한 번 겪었으니 이번에는 덜할 줄 알았는데 마찬가지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는 늘 붙어 다녔다. 엄마 품에서 뒤엉켜 자다가도 나무 위에서 장난을 치고 먹이를 두고 다퉜다. 팬들은 누가 루이이고 누가 후이인지 가려내는 법을 서로 알려주곤 했다.

에버랜드에서 두 녀석을 볼 날도 많이 남지 않았다. 쌍둥이는 출국 전 약 한 달간 건강·검역 관리를 받는다. 이 기간 공개 여부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푸바오처럼 출국 한 달 전부터 관람객을 받지 않는다면 쌍둥이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시간은 한 달 반 남짓이다.

정확한 출국일도, 마지막 공개일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 작별 인사는 그때 해도 늦지 않겠다.

그때까지는 조금 더 지켜보려 한다. 두 녀석이 태어난 날부터 그래 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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