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2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체에 빌라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서울에서 강제경매를 거쳐 매각된 부동산이 관련 통계 공개 이후 최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강서구에서만 서울 전체 중 3분의 1에 달하는 매각이 이뤄지는 등 과거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집중됐던 서남권을 중심으로 강제경매 후폭풍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29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에서 강제경매 매각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된 부동산은 4386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기준 관련 통계가 공개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자치구별로는 강서구가 1432건으로 서울 전체에서 32.6%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83건과 비교하면 82.9% 급증했다. 올해 서울에서 강제경매를 거쳐 소유권이 이전된 부동산 3건 중 1건이 강서구에 몰린 셈이다.
강제경매 매각은 강서구뿐 아니라 서울 서남권 전반에 집중됐다. 금천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 282건에서 올해 441건으로 56.4% 늘었고, 구로구는 266건에서 374건으로 40.6%, 양천구는 293건에서 343건으로 17.1% 증가했다.
강서·금천·구로·양천구 등 4개 자치구에서 발생한 강제경매 매각만 2590건으로 서울 전체 중 59.1%에 달했다. 반면 강남구는 47건, 서초구는 38건, 용산구는 7건에 그쳐 지역별 격차도 뚜렷했다.
강제경매 매각이 서남권에 쏠린 데는 강서·구로구 등을 중심으로 과거 누적된 전세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강제경매는 채권자가 법원 판결 등 집행권원을 확보해 채무자의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금융기관 등이 담보권을 실행하는 임의경매와 달리 임차인이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을 회수하기 위해 신청하는 사례도 포함된다.
특히 빌라와 다세대·연립주택 등 비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과거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으로 경매에 넘어간 물건이 수차례 유찰 등을 거쳐 뒤늦게 매각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피해가 발생한 시점과 실제 경매 매각·소유권 이전 사이에 상당한 시차가 발생하면서 과거 전세사기 여파가 최근 통계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서울 지역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는 2022년 1870건에서 2023년 5065건으로 두 배 넘게 급증했다. 2023년 사고금액만 1조3204억원에 달했다. 당시 발생한 보증사고 가운데 경매 절차로 넘어간 물건에 대한 매각도 최근까지 이어지면서 강제경매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서구에서는 경매에 넘어간 비아파트가 반복된 유찰 끝에 감정가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매각되는 사례도 이어졌다. 지난해 화곡동 ‘시그니처6’ 전용 27㎡는 네 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 3억3000만원 대비 44.1%인 1억4550만원에 매각됐다. 같은 동 ‘제이이하우스’ 전용 20㎡도 네 차례 유찰된 뒤 감정가 2억4100만원 대비 41%인 9880만원에 낙찰됐다.
다만 최근에는 경매시장에 쌓였던 물건을 민간이 소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HUG가 강제경매를 신청한 주택 가운데 올해 상반기 낙찰된 5672건 중 4347건(76.6%)은 일반 응찰자가 낙찰받았다.
서울 비아파트 시장이 일부 회복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연립주택 가격은 올해 1~5월 3.37% 올랐고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량도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반복된 유찰로 가격이 낮아진 물건 가운데 입지와 임대수요가 양호한 주택을 중심으로 경매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빌라 경매시장도 정비사업 가능성이나 입지에 따라 낙찰가격이 크게 갈리는 모습”이라며 “재개발·재건축 이슈가 있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은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등 옥석 가리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다세대·다가구 등 비아파트는 가격이 하락하면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물건이 누적돼 있다”며 “최근에는 전세사기에 대한 임차인의 인식이 높아지고 월세를 선택하는 수요도 늘어난 만큼 향후 1년 정도 지나면 이 같은 물건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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