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 계기 정상회담을 갖고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 관련 현안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이는 24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중국 인식을 조율한 자리였다. 일본 측은 미국이 일본인인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을 제재한 문제도 제기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 등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약 35분간 회담을 진행했다. 두 정상의 정식 회담은 지난 3월 워싱턴 회담 이후 반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율을 늘 지켜본다며 "역사에 이름을 남길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시아의 안보 환경이 엄중한 상황에서 이번 회담이 "세계에 미일동맹의 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염두에 두고 경제안보를 비롯한 중국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중 관계가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이 희토류 등 핵심 물자의 수출규제를 통해 가하는 압력에 대한 대책도 의제에 올랐을 것으로 봤다. 대만 문제가 회담에서 거론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경제 분야에서는 AI·반도체·핵심광물 협력을 강화하고 관세 합의를 차질 없이 이행하기로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이 7년 연속 최대 대미 투자국이며 미국 내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 금융 상황과 환율 문제도 논의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두 정상은 최근 미일 간 현안으로 떠오른 ICC 문제도 논의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먼저 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법의 지배를 확립하기 위해 ICC를 일관되게 지지한다"며 "이런 입장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솔직하게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이 제재 해제를 요구했는지 등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과 ICC의 갈등은 2024년 11월 ICC가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깊어졌다. 이에 강하게 반발한 트럼프 정부는 ICC 관계자들을 제재해 왔고, 지난 8월에는 일본인인 아카네 도모코 소장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앞선 유엔총회 연설에서 ICC 회원국들에 탈퇴를 촉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같은 날 유엔 연설에서 ICC 지지를 밝혔지만 미국의 제재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8월 제재 발표 직후 "대단히 유감"이라는 표현에 그친 데는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려는 판단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회담의 성과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동맹의 결속을 확인한 점을 내세웠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오자키 마사나오 관방부장관은 "가장 좋은 시점에 미일동맹의 굳건함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에 대한 일본의 우려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것은 일정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이 대만과 동·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에 양보할 수 있다는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짚었다. 일본으로선 대중 정책에서 미국과 발을 맞추되, 미중 거래로 국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일 관계가 악화할수록 미국에 대한 의존이 커지는 측면도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NHK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관계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유권자에게 내세울 성과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전한 우려를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얼마나 반영할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친구'라고 불렀지만, 시 주석에게도 같은 표현을 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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