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테니스가 66년 만에 처음으로 데이비스컵 8강에 진출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권순우(충남체육회)의 부활에 가까운 활약과 정현(김포시청)의 경기력 회복이 맞물리면서 한국 테니스의 중흥기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은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데이비스컵 2라운드에서 인도를 3-1로 꺾고 파이널 8강 진출을 확정했다.
1900년 미국과 영국의 대항전으로 시작된 데이비스컵은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남자 테니스 최고 권위의 국가대항전이다. 1960년부터 대회에 출전한 한국이 8강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테니스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그동안 1981년과 1987년, 2008년, 2022년, 2023년 등 총 5차례 16강에 진출했다. 이번 인도전 승리로 그간의 기록을 넘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의 8강행은 꾸준히 쌓아온 경쟁력의 결과다. 지난해 9월 월드그룹1에서 세계랭킹 10위 알렉산드르 부블리크가 버틴 카자흐스탄을 꺾었고, 올해 2월 최종 본선 진출전 1라운드에서는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3-2로 제압했다. 이어 인도까지 누르며 파이널 진출을 완성했다.
대표팀의 중심에는 권순우와 정현이 있었다. 지난여름 국군체육부대에서 전역한 권순우는 올해 윔블던 단식 2회전에 진출하는 등 한층 성숙해진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번 인도전에서는 단식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부상으로 오랜 기간 코트를 떠나 있던 정현의 활약도 반가웠다. 한국인 선수로는 유일하게 메이저 대회 단식 4강에 진출했던 정현은 이번 대회 2번 단식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대회를 앞두고 "몸 상태 관리 잘하고 있다. 최대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던 정현은 실제 경기에서도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2022년과 2023년 연속 데이비스컵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권순우와 홍성찬(당진시청)에 정현까지 가세하면서 한국 남자 테니스는 세대와 경험이 어우러진 전력을 갖추게 됐다.
이번 대회가 열린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의 변화도 눈길을 끌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테니스 경기가 열렸던 이곳은 한국 테니스의 상징적인 장소지만, 준공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며 시설 노후화로 국제대회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주도로 올해 3월부터 관중석 교체와 코트 바닥 공사 등 보수 작업을 진행했고, 이번 대회를 통해 새 단장한 모습을 선보였다.
새 코트에는 연일 수천 명의 관중이 찾아 한국 대표팀의 도전을 응원했다. 복식에 출전한 베테랑 남지성(당진시청)은 연합뉴스에 "팬들의 응원에 훨씬 더 좋은 에너지로 시합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했다"며 "그래서 더 좋은 경기,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오는 11월 24일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데이비스컵 파이널 8강 무대에 나선다. 사상 첫 8강 진출에 이어 이변을 이어간다면 한국 테니스를 향한 관심과 열기도 한층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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